화가 장지환은 1968년 여수의 한 다방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추상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시절, 그는 벽’을 모티브로 면과 선이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진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15일 찾은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이 바로 50년전 그 때 선보였던 ‘벽’ 연작 중 한점이다.

장지환 화백 초대전이 오는 25일까지 광주시 북구 자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람들이 회고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고요(웃음). 몇년 전부터 초대전 제안을 받고 고사하다 옛날 작품부터 지금까지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어요. 60여년간 작업해온 ‘과정’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고, 전시 제목도 ‘시간여행’으로 정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의 변화무쌍하게 변해가는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건 흥미롭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는 30여점은 60여년간 붓질을 멈추지 않은 그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강용운, 양수아 선생 등의 가르침을 받고 그룹 ‘에뽀끄’에서 활동했던 장 화백은 초창기 순수추상에 몰두했었다. 이후 형상미를 가미한 추상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구성도 자유로워지고 관람객들과 접점도 찾아 공감을 얻었다. 초창기 추상에서는 단순함과 함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며 ‘산’ 등 다채로운 풍경이 세월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 지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마음의 무늬2’

“자연의 형상을 ‘느끼는’ 그대로 자유롭게 표현해 나가는 건 즐거운 작업입니다. 어떤 때는 강렬한 모습으로 마음 속에서 뭔가 일어나는 것들을 표현하고, 또 어떨 때는 담담하게 그려나가죠.”

특히 장 화백의 60대 시절 작품은 속도감이 있고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색감과 대범한 붓 필치가 화면을 압도한다. 지금은 ‘그 때 그 마음처럼’ 그릴 수 없어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공감탐색-숲’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검은 숲 나뭇잎 사이로 구멍처럼 보이는 푸른 하늘과 색색의 점들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비를 피하러 숲에 들어갔다 잠시 비가 갠 사이 누워 바라본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표현했다. 4~5년부터는 ‘마음의 무늬’, ‘사유의 흔적’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다채롭게 면을 분할하고 세밀한 붓처티로 마음의 형상들을 화폭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단순하면서 인간의 내면 세계를 잘 표현하는 것, 앞으로도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숙제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무늬를 그리고 싶습니다. 시력 문제도 있고 앞으로는 지금처럼 섬세한 작품을 할 수 없을 테지요. 좀 더 단순한 화면으로 변하겠지만 그 속에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 모습들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인생이라는 게 힘있게 행동해야할 때도 있고 조용히 깊이있게 사색해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흔 여덟의 노화백은 지금도 매일 오전 8시면 작업실에 나가 오후 3~4시까지 캔버스 앞에 앉아 한 작품의 이미지가 끝날 때까지 파고 들며 오랜 시간을 공들여 작품을 완성한다.

장 화백은 작품이 막히거나 힘들 때면 동신중에서 교편을 잡으며 인연을 맺었던 ‘오랜 벗’ 한승원 작가를 찾아간다. 그때마다 “나는 저 친구처럼 열심히 살아간 적이 있나” 생각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팸플릿 서문에 한 작가가 “내 친구 장지환 화백은 살아있는 한 그림을 그릴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 쓴 것처럼 장 화백은 언제까지나 붓을 놓지 않을 것이다. 문의 062-410-6620.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