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

“선발로 12경기에서 3승밖에 못했다”는 임창용과 “1할이었는데 마무리를 잘해서 다행이다”며 웃은 안치홍. KIA 타이거즈가 임창용의 ‘경험’과 안치홍의 ‘해결사 본능’으로 5위 싸움의 승자가 됐다.

지난 12일 KIA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6-4로 이기며 3년 연속 ‘가을잔치’를 확정했다.

KIA는 2016년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V11’을 이뤘다.

롯데의 막판 추격을 물리치고 5위에 오른 KIA는 16일 고척돔스카이에서 4위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인다.

5위 순간 마운드에서는 관록이 빛났다.

KIA는 11일 롯데 노경은에게 막혀 0-4 영봉패를 당하며 위기에 몰렸다. 긴장감 가득했던 12일 ‘맏형’ 임창용이 선발로 나섰다.

임창용은 1회 선두타자 민병헌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폭투와 포수의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3루까지 진루를 허용했지만, 외야 플라이 두 개와 이대호의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종료했다. 3-0으로 앞선 2회 2사에서는 전병우에게 안타는 내줬지만 번즈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3회는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솔로포를 맞은 4회. 2사 이후 연속 안타로 1·3루까지 몰렸지만 초구에 번즈의 방망이가 반응하면서 우익수 플라이가 기록됐다. 5회 2사에서 버나디나의 아쉬운 수비 속에 손아섭에게 3루타도 허용했지만 이번에도 이대호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볼넷으로 시작한 6회. 문규현의 우익수 플라이 이후 전병우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면서 3-2에서 임창용의 등판이 마무리됐다. 김윤동으로 투수가 교체된 뒤 유격수 포구 실책으로 2루 주자가 들어오면서 임창용의 성적은 5.1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2자책)이 됐다.

임창용은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언급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싸움을 잘해주면서 승리로 가는 길을 열었다.

24년 차 베테랑의 경험이 눈에 띈 경기였다. 이날 임창용은 커브와 포크볼 등으로 상대 타이밍을 뺏었고 결정적인 순간 직구를 꽂아 넣으면서 상대를 돌려세웠다.

임창용은 “커브를 많이 던졌더니 노리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한 구종만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와서 초구에 공을 던져보고 거기에 맞춰 승부를 했다”며 “선발로 나온 12경기에서 3승밖에 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선발로 들어가서 로테이션 빠지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5위로 마무리한 2018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또 “이제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다. 후배들 믿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비하겠다. 한 경기면 끝이라는 걸 선수들이 다 생각할 것이다. 좋은 가을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타석에서는 막판 부진을 털어낸 안치홍이 웃었다. 안치홍은 올 시즌 꾸준한 화력으로 ‘4번 타자’ 역할까지 맡았지만 10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아시안게임 강행군에 따른 체력 저하와 사구 여파가 겹치면서 이날 경기 전까지 10월 9경기에서 34타수 4안타(타율 0.117) 4타점 2볼넷 3사구 4삼진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안치홍의 침묵 속에 팀은 4승 5패에 그치면서 위태롭게 5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안치홍은 이날 1사 1·2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고, 4-4로 맞선 7회말 2사 1·2루에서는 좌측 펜스 맞는 2루타를 터트리면서 6-4 승리를 이끌었다.

안치홍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아시안게임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손 부위도 좋지 않았다. 사구도 많이 맞기도 했고, 상대가 몸쪽 승부도 많이 했다. 이렇게 심하게 몸쪽 승부를 들어온 것은 처음인데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이걸 넘어야 한다”며 “최근 성적이 많이 좋지 못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잘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2016년) 경찰청에서 돌아오자마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됐는데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