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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정도 천년 관련 장편 ‘은행나무 숲’ 펴낸 장현필 작가
“1000년 전 고려의 무능한 통치자 민낯 파헤쳐”
개성 만월대 배경 암투 그려
나주 ‘아망바우설화’ 등 녹여내
젊은이들에 ‘전라도’ 가치 전달
당분간 애니메이션 작품 집중

2018. 10.10. 00:00:00




“통치자가 탐욕스러우면 백성이 굶고 무능하면 전쟁이 난다.”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는 진리 중의 하나다. 우리의 역사를 봐도 그렇고, 세계의 역사가 이를 방증한다.
올해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이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000년’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 역사소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1018년 고려 현종 무렵을 전후로 한 작품은 오늘의 관점에서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을 쓴 이는 순천 출신 장현필 작가. 그는 오랫동안 영화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해왔다. 이번에 펴낸 ‘은행나무 숲’(풀잎)은 무능한 권력자와 부패한 관리들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이번 소설은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 2016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왜교성을 품은 달빛청춘’을 펴낸 바 있다.
장 작가를 만난 것은 충장축제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 거리에서였다. 들뜬 축제 분위기 탓에 덩달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날이었다. 출간한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소설을 들고 나온 그는 첫눈에도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예술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미지에선 섬세함과 터프함이라는 이질적인 이미지가 묻어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에 21세기라는 밀레니엄을 맞고 또 여기에 전라도 정도 1000년을 맞았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구요. 새로운 천년을 살아야 할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땅 ‘전라도’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발간 배경을 묻는 말에 돌아온 답이었다. 그러고 보니 21세기라는 밀레니엄과 정도 1000년이라는 사실 자체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장 작가는 “지도자의 가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지도자가 백성을 대하는 대목, 나아가 백성을 버린 군주에게 보여지는 세상의 시각이 어떠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지난 2017년 봄에 시작해 꼬박 1년 6개월이 걸렸다. 소설을 쓰기 위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타난 역사적 팩트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보다 세밀한 고증을 위해 관련 논문만 30여 편을 참조했다. 특히 남도 백성들의 문화가 담겨 있는 설화 가운데 나주의 ‘아망바우설화’, 광양 ‘삼정설화’, 지리산 ‘마고설화’ 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은행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 가는 나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주목과 느티나무도 그렇구요. 작품 제목을 ‘은행나무 숲’이라고 정한 것은 전라도의 힘, 백성의 힘을 상징화했다고 볼 수 있죠.”
소설의 줄거리는 개경 만원대를 배경으로 한다. 고려 7대 목종은 나약한 데다 제대로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그의 모친 천추태후가 섭정을 하는데, 그녀는 외간 남자인 김치양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둔다. 천추태후는 이 아들을 왕위에 옹립하려 하지만 당시 유일한 고려 왕씨 혈족인 대량원군(훗날 현종)이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다. 1009년 서경의 강조 장군 정변으로 천추태후 정권이 몰락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후 거란의 침입으로 현종은 백성을 버리고 나주까지 몽진을 오게 된다. 무능하고 나약한 현종은 이 과정에서 전주와 나주, 담양 고을의 백성들로부터 지혜를 얻어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거란의 3차 침입 때는 맞서 싸워 이기게 되고 고려를 재건한다.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스토리의 개연성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말에서 다큐와 영화 감독을 했다는 이력이 짐작된다. “이전에 영화와 다큐를 만들면서 깨달은 사실은 무엇보다 글이 예뻐야 작품이 잘 나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그만큼 원재료가 중요합니다.”
그는 1997년 순천 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여순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지만 보수단체와 정보기관의 감시로 상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럼에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은 “역사를 통해 오늘을 보고, 오늘을 토대로 미래를 대비하자”는 의미 때문이다.
“수년 전에 전쟁의 아픔을 그린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당분간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할 생각이에요. 적잖은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모든 역사는 ‘지금, 백성으로’라는 명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죠.”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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