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복제의 욕망에 대하여
2018년 10월 01일(월) 00:00 가가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뭔가 좀 괜찮다 싶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입고 먹는 일에서부터 취향과 여가를 보내는 방법까지 모두가 고만고만하다.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TV 속 세상은 더 그렇다. 어김없이 모두가 서로를 베낀 복제 천국이다.
예능은 ‘그냥 예능’이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서 유명 인물들로 자리를 채우고, 전문성을 내세우는 각종 강좌는 예능의 재미를 닮지 못해서 안달이다. 오죽하면 ‘예능 인문학’이라는 가상천외의 신조어가 생겼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 ‘아주 재미있고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이 자부심으로 복제의 복제가 계속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먼저 아주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해도 부족할 묵직한 내용들이 예능의 입맛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잘게 쪼개지고 복제되어서 ‘쓸모 많은’ 교양과 지식으로 배달된다.
그리고 배달된 지식 패키지를 즐기며 웃다 보면 어느새 교양과 지식이 채워진다고 믿는다. 만나기 어려운 유명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는 일찌감치 무의미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한 복제라도 한 가지 결정적인 것이 부족하다. ‘아우라’다.
아우라는 요즘에는 흔한 말이 되었지만 본래는 한 시대의 의미심장한 변화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보여 주는 개념이다. 아우라의 의미를 규정한 사람은 독일의 유대인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이다. 그는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글에서 아우라에 대해 예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별하고 고고한 ‘분위기’라고 말한다.
아우라는 ‘유일하고도 아주 먼 것이 아주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는 일회적인 현상’이다. 이런 뜻에서 아우라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어떤 신비로운 것, 심지어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뜻하는 것으로, 원본에만 있는 권위다. 원본은 이 아우라로 인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우라가 있기에 사람들은 원본에 끌리며 몰입하고 감동받는다. 하지만 복제 기술이 시작되면서 원본의 유일무이함을 보증하는 아우라가 무너진다. 벤야민에 따르면 ‘아우라의 붕괴’다. 아우라가 무너진다는 것은 원본의 권위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의 가치 또한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에 숭배하는 마음까지 가졌던 것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간절함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그것도 애쓰지 않고 쉽고 편안하게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욕망 충족을 위한 복제의 대가가 원본 아우라의 붕괴라 해도 괜찮은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 때문에 복제하는가? 복제하고 싶은 욕망 자체가 이미 원본이 품고 있는 아우라를 반증한다. 아우라에 대한 욕망과 선망이 없다면 복제 욕망도 생기기 않을 것이다. 복제는 아우라를 가진 특별한 것, 귀하게 보이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며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는 자기 고백이기 때문이다.
원본의 아우라는 복제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수록 원본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해진다. 기술 발달 덕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천지창조’나 ‘아테네 학당’과 같은 걸작들을 원본보다 좋은 화질로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럴수록 원본에 대한 갈망은 커진다. 그럼에도 복제하는 기술이 자기실현과 교양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만연되고 있다. 읽는 책도, 어쩌다 별러서 가는 여행지도, 보는 것도 먹는 것도 똑같다. 유명 인사가 갔던 여행지를 찾아서 가고 그들이 식사한 곳에서 같은 것을 먹으면서 가짜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를 경험한다고 믿는다. 복제가 비단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경우다.
경험과 의식과 정신의 복제야말로 가장 큰 문제이며 자기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리 스스로를 억압하고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낯선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명망가들이 배달하는 직업적인 복제품을 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능은 ‘그냥 예능’이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서 유명 인물들로 자리를 채우고, 전문성을 내세우는 각종 강좌는 예능의 재미를 닮지 못해서 안달이다. 오죽하면 ‘예능 인문학’이라는 가상천외의 신조어가 생겼겠는가!
그리고 배달된 지식 패키지를 즐기며 웃다 보면 어느새 교양과 지식이 채워진다고 믿는다. 만나기 어려운 유명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는 일찌감치 무의미하게 된다.
아우라는 요즘에는 흔한 말이 되었지만 본래는 한 시대의 의미심장한 변화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보여 주는 개념이다. 아우라의 의미를 규정한 사람은 독일의 유대인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이다. 그는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글에서 아우라에 대해 예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별하고 고고한 ‘분위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아우라가 있기에 사람들은 원본에 끌리며 몰입하고 감동받는다. 하지만 복제 기술이 시작되면서 원본의 유일무이함을 보증하는 아우라가 무너진다. 벤야민에 따르면 ‘아우라의 붕괴’다. 아우라가 무너진다는 것은 원본의 권위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의 가치 또한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에 숭배하는 마음까지 가졌던 것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간절함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그것도 애쓰지 않고 쉽고 편안하게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욕망 충족을 위한 복제의 대가가 원본 아우라의 붕괴라 해도 괜찮은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 때문에 복제하는가? 복제하고 싶은 욕망 자체가 이미 원본이 품고 있는 아우라를 반증한다. 아우라에 대한 욕망과 선망이 없다면 복제 욕망도 생기기 않을 것이다. 복제는 아우라를 가진 특별한 것, 귀하게 보이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며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는 자기 고백이기 때문이다.
원본의 아우라는 복제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수록 원본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해진다. 기술 발달 덕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천지창조’나 ‘아테네 학당’과 같은 걸작들을 원본보다 좋은 화질로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럴수록 원본에 대한 갈망은 커진다. 그럼에도 복제하는 기술이 자기실현과 교양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만연되고 있다. 읽는 책도, 어쩌다 별러서 가는 여행지도, 보는 것도 먹는 것도 똑같다. 유명 인사가 갔던 여행지를 찾아서 가고 그들이 식사한 곳에서 같은 것을 먹으면서 가짜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를 경험한다고 믿는다. 복제가 비단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경우다.
경험과 의식과 정신의 복제야말로 가장 큰 문제이며 자기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리 스스로를 억압하고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낯선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명망가들이 배달하는 직업적인 복제품을 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