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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동에게 관심과 연대를"…영화 '미쓰백'

2018. 09.30. 13:26:57

'미쓰백' [리틀빅픽처스 제공]

"예전에 제가 살던 아파트 옆집에서 밤마다 비명이 들렸어요. 당시 저는 7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져서 너무 힘든 상황이었죠.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옆집 아이와 엄마를 만났는데, 아이가 제게 말을 거는 듯한 간절한 눈빛을 보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죠. 힘든 시기를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집은 이사했더라고요." 최근 전화로 만난 이지원(37) 감독은 오랫동안 그 아이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가슴을 짓누른 죄책감에서 출발한 영화가 '미쓰백'이다. 감독은 수많은 아동학대 사례를 조사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백상아(한지민 분)는 세차장과 마사지숍 등지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추운 겨울에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차를 닦는다. 세상과 담쌓은 듯 표정은 무심하고 차갑다. 가끔 쪼그려 앉아 피는 담배가 유일한 낙이다. 그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엄마한테 학대당하다 어린 시절 버려졌다. 성폭행 위기를 모면하려다 전과자가 된 뒤로는 '미쓰백'이라는 호칭 뒤에 숨어서 살아간다. 그런 상아 눈에 한 아이가 들어온다. 깡마른 몸에 헝클어진 머리,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소녀 지은(김시아). 게임과 알코올중독에 빠진 친부와 그의 애인에게 모진 학대를 당하다 추운 날씨에 얇은 원피스만 입고 거리로 나왔다. 지은을 본 상아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만, 쉽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영화는 상아가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지닌 지은에게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잡는 과정을 그린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만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쑥불쑥 치미는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기 어렵다. 폭력 순간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아이 고통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 감독은 "물리적 폭력의 재연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관객의 공분을 살 수 있을 만큼만 은유로 보여주되 공포가 느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사례에선 영화 속 장면보다 100배 이상 잔인하다"면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영화에는 뒤틀리고 비뚤어진 여러 어른이 등장한다. 스스로 폭력을 제어하지 못해 아이를 버린 엄마(장영남),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아이가 생긴 뒤 아이를 학대하는 아빠(백수장), 아이가 애인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분풀이하는 여자(권소현). 각각의 사연이 있지만,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어른의 탈을 쓴 괴물일 뿐이다. 영화는 숨이 막힐 듯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다. 백상아도 그렇고, 형사 장섭(이희준)도 그중 하나다. 상아의 과거를 아는 장섭은 상아를 곁에서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다. 영화는 개인의 관심과 연대를 통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지은이를 폭력의 굴레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객의 숨통을 터주는 결말이긴 하지만, 사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 감독은 "판타지 같은 결말일 수 있지만, 관객 한 명이라도 희망을 지닌 채 돌아가길 바랐다"면서 "그래야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기존 청순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필모그래피를 새로 썼다. 거친 피부 분장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죽 재킷을 걸친 그는 피폐해진 내면부터 분노와 원망, 후회, 연민까지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도 600대 1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아역 배우 김시아도 박수받을 만하다. 촬영 당시 9살이었던 그는 지은이 되어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권소현, 백수장 등 조연 연기도 꽤 인상적이다. 일각에선 지난 3월 종영한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더'와 비슷하다는 평도 나온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 드라마가 기획되는 줄 몰랐다"면서 "아동학대 사례를 조사하다 보면 드라마나 영화 속 모티브가 되는 학대가정 환경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했다. 10월 11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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