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순위 싸움에 KIA 타이거즈의 ‘한 방’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에게는 마음 같지 않은 2018시즌이다. 연승 길목에서 치명적인 패배들이 쌓이면서 시즌 막바지 5위 싸움을 하고 있다.

아쉬운 끝내기 패배도 연달아 기록됐지만 살아난 방망이는 남은 싸움을 기대케 한다. 특히 만루에서 터지는 홈런이 KIA 타선의 힘을 보여준다.

19일 경기까지 9월 13경기에서 KIA는 18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5개가 만루홈런이다.

안치홍이 영양가 만점의 만루 홈런 두 방을 터트리면서 승리를 불렀다.

지난 6일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1-2로 뒤진 8회 무사 만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며 승부를 뒤집었던 안치홍은 지난 18일 대구에서 다시 한번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이번에도 1-1의 승부를 5-1로 만든 결승타였다. 1-1로 맞선 3회초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은 역시 좌측 하늘을 가르고 개인 통산 4번째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박준태도 7회 2사 만루서 우중간으로 공을 보내면서 프로 첫 만루홈런 기록을 장식했다. 두 개의 만루포를 앞세운 KIA는 18-3의 대승에 성공했다.

만루홈런이 승리만 부른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안방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9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했던 한승택은 2회말 2사 만루서 좌측 담장을 넘기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한승택의 개인 통산 3호 홈런이자 첫 만루포. 하위 타순에서 나온 만루포였던 만큼 3연승의 분위기를 이어 순위 싸움에 속도를 내는 것 같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믿었던 헥터가 이어진 3회초 수비에서 강민호에게 역전 만루포를 허용하는 등 대거 6실점을 하면서 김이 샜다.

최형우도 역전 주인공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9일 최형우는 1-6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서 삼성 심창민에게 만루포를 뺏어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16년 6월 26일 이후 2년 만에 기록된 최형우의 통산 5번째 만루포.

분위기를 탄 KIA는 김주찬의 투런까지 더해서 8-6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운드가 문제였다. 마무리 윤석민이 세이브에 필요했던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된 것이다. 투 아웃까지는 잘 잡았지만 연속 3안타를 허용했다. 특히 마지막 안타는 김상수의 끝내기 투런이었다.

두 차례 뼈아픈 패배는 남았지만 기대하지 않던 타선에서도 만루포가 터지는 등 KIA는 지난해 우승 동력이었던 ‘타격의 힘’을 보여주며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고 있다.

깜짝 만루포의 주인공 한승택은 “경기 전에 감독님과 타격 이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투 아웃 상황이었고, 앞에 타자가 볼넷으로 나가서 극단적으로 자신 있게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첫 만루홈런이라 기분이 좋았지만 팀이 이기지 못해서 아쉽다”고 언급했다.

박준태는 “점수 차가 있어서 부담 없는 타석이었다. 자신있게 타격을 했는데 잘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오면 잘하고 싶다”고 첫 그랜드슬램의 소감을 밝혔다.

타선의 집중력과 힘을 앞세운 KIA가 가을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