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이끌어 낸 9월 평양선언은 한반도에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선포한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공동선언문에 담긴 6개 항의 내용을 보면 첫 번째 조항이 70여 년간 이어진 남북 간 적대 관계의 완전한 종식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협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 관계 해소로 이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는 평양 선언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성과로 꼽힌다.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 분계선 일대에 완충지대를 두고 당장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상에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고 서해와 동해에도 포사격과 해상 기동 훈련을 금지하는 수역을 설정했다. 전투기는 휴전선 상공 20㎞(서부전선)~40㎞(동부전선), 헬기는 10㎞ 이내에서 비행을 할 수 없도록 금지 구역도 마련했다.

경제 협력은 공동선언문에서 두 번째로 강조한 분야다. 동해와 서해선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는 착공식을 올해 안에 하기로 명시한 것은 타임테이블을 제시함으로써 경제 협력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UN의 대북 제재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에 경제공동특구, 동해에 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남북이 평양선언을 통해 70여 년간 지속돼 온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고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마련한 만큼 실질적인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물론 미국이 주축이 돼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있지만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UN총회에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담은 평양선언이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올해 안에 남북 간 경제 협력이 구체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양선언에 화답한 것도 다음달 이뤄질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남북 간 활발한 경제 교류를 통해 남북이 함께 풍요를 누리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