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민정의 한 축인 지역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현대차 투자 자동차 공장 설립 관련 모든 논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자 현대자동차가 투자 의향을 접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노동계를 최대한 설득해 광주시·현대차 투자 합작법인 및 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노동계도 시와 관련 협의는 계속할 예정이어서 향후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 19일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등 지역노동계가 현대차 투자 협상 불참을 선언하자 현대차도 공식입장을 내고 “현대차는 투자자의 일원으로서 광주지역 노사민정 합의를 전제로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노사민정 합의가 안 되면 현실적으로 참여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민정의 협의와 합의에 기반해야 향후 광주공장의 사업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가 국내 공장 증설을 중단한 지 20년이 다 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노동계 불참 소식을 들었다”며 “광주에서 적정임금만 보장된다면 양산체제로 가고 다른 차종도 위탁생산하는 등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현대차의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지역노동계와 협의를 다시 해 좋은 결론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20일 전날 한국노총이 연봉 불만 등을 제기하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광주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초임 연봉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했다. 이 부시장은 “전날 한국노총이 연봉이 2100만원에 책정됐다며 반발했는데 정확한 것은 3000만원에서 4000만원 사이”라며 “신설법인을 만들기 때문에 투자협약서는 원칙적 수준을 명시하고 협약 체결 후에 경영수지분석을 할 때 구체적인 임금액이 결정된다. 주당 44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현대에 3500만원 선에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임단협이 아닌 만큼 노조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현대측의 뜻에 따라 노조 측과 광주시, 현대와 광주시 등으로 나눠 논의를 진행하던 차에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이 터진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는 산업계 최초의 모델이자 노사민정 합의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므로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광주형 일자리는 개념 자체가 헛구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5년간 2100만원만 받으라는 것은 광주시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된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의장은 “추석 연휴 이후 현대차 투자 협상과 관련해 광주시와 논의의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 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모두 7000억원을 투입해 1천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 협약을 진행해왔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