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공동 선언을 통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기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갈 것을 천명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 등 비핵과 구상과 함께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 관계 개선의 실질적 방안을 밝힌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이를 계기로 종전 선언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남북 정상은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틀째 정상 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 선언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에 나설 뜻도 밝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고, 김 위원장도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은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선언에는 한반도에 확고한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기 위한 다양한 조항들이 담겼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 협력이 양대 축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관련해서는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 관계 해소로 이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우발적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제 협력 분야에선 판문점선언에 담긴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현대화 사업의 착공식을 연내 갖기로 합의했다.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를 이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고, 적십자 회담을 통해 화상 상봉과 영상 편지 교환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경기의 공동 출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단절됐던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회담을 통해서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번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동력이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이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내용이 빠졌다’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관건은 남북 정상이 절충한 비핵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냐 여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합의문 공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사찰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며 ‘매우 흥분된다’(very exciting)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냐에 대해 국내외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되돌릴 수 없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오는 24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인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로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