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선 동명동은 양림동과 함께 요즘 광주에서 가장 ‘핫한’ 동네다.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곳을 찾을 때면, 문화 공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쉽다. 그럴 때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소유했던 옛 금호문화관이다.

학창 시절 이곳에서 배우 손성권의 모노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있다. 친구 또한 이곳에서 ‘일어나라 알버트’를 공연했던 송승환과 악수를 하고 행복해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푸른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 한옥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한 건설회사 사옥으로 사용되고 있는 금호문화관 앞을 지날 때마다 ‘이곳이 동명동의 문화 랜드마크가 되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최근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광주 자택(금남로 5가 212번지)이 ‘금호시민문화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되고 있다. 주택 본채와 사랑채(2층 양옥), 조각 공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넓은 잔디밭 곳곳에 자리한 조각들, 수련이 피어 있는 작은 연못과 분수대, 그리고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벤치와 정자까지. 빌딩 숲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멋진 문화 공간이다.

문화관 안으로 들어서니 배롱나무, 호랑가시나무, 철쭉 등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꽃과 나무가 울창하다. 김영중·심문섭·문옥자 작가의 조각 작품(14점)도 눈에 띈다. 1931년 한옥 형태로 건축된 본채와 2층 양옥집 내부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주변엔 맛집도 많아 식사 후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제비와 빈대떡 등이 일품인 ‘녹두집’, 중국집의 대명사 ‘신락원’과 ‘영안반점’, 문재인 대통령이 식사를 했던 ‘화랑궁 회관’이 인근에 있고, 복합 문화 공간 ‘김냇과’, 광주극장도 가깝다.

문화관 넓은 잔디밭에서 멋진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면 좋겠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안채에선 소박한 강의가 열려도 좋겠다.

하나 더 바란다면, 동명동 옛 금호문화관이 문화 공간으로 다시 돌아와, ‘오래 전 그 때’처럼 많은 이들에게 진한 문화의 향기를 전해 주면 좋겠다.

/김미은 편집 부국장·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