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43)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21곡)을 연주한 4년 여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김씨는 다음 달 2일 오후 7시 30분 광주시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전국 투어의 하나로 광주 공연을 갖는다. 2014년 8월 시작한 전곡 연주 대장정에서 이제 3곡만을 남기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그와 19일 전화 인터뷰했다.

‘왜 슈베르트냐’는 질문에 김씨는 열네 살 적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난 유학시절을 떠올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향수를 달래준 친구는 슈베르트의 음악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스며든 제2의 향수는 자연스럽게 그를 슈베르트로 이끌었다.

한 작곡가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김씨는 전곡 연주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여행에서 ‘잠시 머무는 것’과 ‘살아보는 것’의 차이를 말했다. 그는 “전곡 연주는 나 자신에게 큰 도전이었다”면서 “4년 여 동안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깊이 알게 됐고 때로는 애증의 감정도 생겼다”고 말했다.

어떤 과정에서 ‘애증’이 생겼나고 묻자 김씨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음표가 적어서 낭만주의 음악 가운데 굉장히 담백한 편”이라며 “연주자는 간혹 여백을 참지 못해 이를 꾸미고 채우다 오히려 곡을 훼손할 수 있어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 소나타 제6번 e단조, 작품번호 566’과 ‘제17번 D장조, 작품번호 850’, ‘제21번 B플랫장조, 작품번호 960’을 연주한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인 21번곡은 그의 연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남달리 아낀 덕에 이 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됐다. 반면 17번 소나타는 김씨가 연습하면서 애를 먹은 곡이다. 그는 “수개월 동안 이 작품과 동고동락하면서 악보를 손에 익히고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전국 투어가 끝날 무렵에 이 곡의 매력을 충분히 찾아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낯익다면 아마 그가 출연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젊은 연주자들과 ‘MIK 앙상블’을 만들어 10년 넘게 활동했고 ‘김정원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김동률, 하림 등 대중음악인들과 협업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클래식 생중계 채널 ‘V살롱’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온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에 집중해야 하는 연주자가 직접 말을 하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김씨는 “별다른 해설 없이 음악만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하는 관객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다”며 “좋은 음악으로 청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형태의 연주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씨는 지난 14일 대구를 시작으로 16일 경기도 고양에서 연주회를 가진 뒤 광주, 부산, 서울, 대전에서 전국 순회를 마친다. 그는 “앞서 2차례의 공연에서 청중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4년 동안 이어진 노력이 소통으로 이어진 것 같아 행복했던 연주였다”며 공연 당시를 떠올렸다.

슈베르트 투어에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김정원의 음악신보’를 11월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한다. 내년에는 브람스의 음악을 다룰 예정이다.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학생 20% 할인). 문의 010-6331-6834.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