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제6기 리더스아카데미’에서 ‘괴짜 물리학자’로 불리는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통계물리학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개개인이 모인 전체의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각각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 큰 유형으로 나뉩니다. 어느 분야에나 적용 가능합니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에서 지난 18일 열린 ‘광주일보 제6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영상으로 영국 밀레니엄 다리와 메트로놈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영상 속 밀레니엄 다리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테이블 위 메트로놈 수십개는 1개가 움직이자 다같이 따라 움직였다.

김 교수가 “원래 일정 부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밀레니엄 다리 위에서 몇몇 사람들이 우연히 발을 맞춰 걸으며 다리가 흔들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동조한 현상”이라며 “메트로놈 또한 움직이고 있는 1개의 진동이 테이블을 통해 다른 메트로놈에 전파되며 모두 똑같이 움직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김 교수는 하나의 실험을 제안했다. ‘박수를 치다가 다른 박수 소리를 듣고 서로 박자를 맞춰달라’고 말하자 4~5초 만에 리더스 아카데미 회원들의 박수 소리가 하나가 됐다.

김 교수는 “통계물리학은 상호작용하는 많은 입자로 이루어진 물리계의 거시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물리학 분야다”며 “어렵지만 여러분이 서로 박수 소리를 듣는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하나의 박수 박자가 거시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결망을 통해 세상 물정을 이해하는 방식도 선보였다. 100여 명으로 이뤄진 집단에서 친구와 적의 관계를 나타낸 연결망을 보여줬다. 개개인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5명, 일하기 싫은 사람 5명을 지목하도록 했다. 친구와 적의 관계를 파란색 선과 붉은색 선으로 이어 만든 것이다. 파란색선은 크게 분산됐지만 붉은색 선은 5명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신기하게 상대방에게서 ‘적’이라고 지목받은 사람은 5명에 몰리고 있죠. 이 사람들은 적은 많은데 친구는 없습니다. 적이 많으면 친구도 많다는 옛말이 맞지 않는 거죠. 3년 뒤에 같은 조사를 했는데 친구였던 사람이 적이 된 경우는 있었지만, 적이 친구가 되는 일은 없었다는 재미난 데이터도 나왔습니다.”

김 교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행복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사람들을 팀으로 나눠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적은 떨어뜨리고 친구끼리 팀을 하는 게 효과적이겠죠.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죠. 빅데이터를 모으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데이터를 처리해서 적용하는가’가 중요한 겁니다. 기업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거시적인 특성을 보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초전도 배열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스웨덴 우메오대학교와 아주대학교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XTM ‘밝히는 과학자들’, YTN사이언스 ‘한국사 과학팀’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만났고 2006년 한국물리학회 ‘용봉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세상 물정의 물리학’이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