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돼?
2018년 09월 17일(월) 00:00 가가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8월 10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일어났다. 이어 9월 15일 대법원은 전기로 개를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을 위반 한 게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만 보면 조만간 개는 가축에서 제외되고 도살이 금지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개고기를 먹는 게 법을 어기는 것이 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듯싶다.
어찌 됐든 개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를 떠나 논란이 뜨겁다. 일단 두 가지 반론이 거세다. 한 나라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법으로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과 왜 똑같은 가축인데 유독 개에 대해서만 특별한 혜택을 주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소·닭·돼지 등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사육시킨 뒤 실컷 잡아먹으면서 왜 개는 죽여서도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인가?
과연 개는 다른 동물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별한 동물일까? 애견인들이 흔히 말하는 높은 지능, 인간과의 교감, 높은 충성심 등은 다른 동물들과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 것일까? 나는 개가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를 가축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에는 동의한다.
잠깐 맹자의 이야기를 인용해 본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제나라 선왕이 하루는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끌려가는 소를 보았다. 두려움에 떨면서 가는 소를 보며 왕은 연민의 마음을 느꼈다. 왕은 소를 끌고 가는 이에게 풀어 줄 것을 명한다. 소를 끌던 사람은 황당해서 왕에게 “그럼, 제사를 폐하리까?”라고 묻는다. 왕은 순간적으로 소 대신 양으로 제물을 삼으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맹자는 선왕께 묻는다. “왜 양은 되고 소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까?” 왕은 말문이 막혔다. 맹자는 한 번 더 몰아세운다. 소를 양으로 바꾸게 했으니 전후 사정을 모르는 백성들은 필히 왕을 인색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왕은 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자 맹자는 빙그레 웃으며 왕을 칭찬한다. 소 대신 양을 잡아 바치는 것은 인(仁)을 행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 것이다. 맹자는 왕이 소 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한 이유는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 즉, ‘소는 보았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 주었다. 자신의 눈앞에 고통스러워하는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돕는 것이야말로 바로 ‘인’(仁)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을 인간의 전유물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브라운대학 러셀 처치의 실험에 의하면, 막대기를 눌러 먹이를 먹도록 훈련을 받은 쥐도, 막대기를 눌렀을 때 눈앞에 보이는 쥐가 충격을 받는다면 더 이상 막대기를 누르지 않는다. 같은 종의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얼마든지 관찰된다. 다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다른 종의 고통에 대해서도 반응할 정도로 ‘공감의 원’(circle of empathy)이 넓다는 것과, 고통을 느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나서서 돕는다는 것이 다르다. 물론 그 원의 크기와 실천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누구에게 공감을 느끼고 실천할까? 당연히 가까운 이들이다. 북경대의 샤오징 쑤 연구 팀은 사람의 볼을 뾰족한 바늘로 찌르는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 준 다음 뇌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MRI로 관찰한 바 있다. 그 결과 자신과 같은 인종일수록 공감과 관련된 뇌의 부위인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가 활성화되었다. 황인종은 황인종의 고통에, 백인종은 백인종의 고통에 더 강하게 반응한 것이다. 즉, 우리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거나, 동질감을 느끼거나, 가깝다고 느낄 때 더 공감을 잘한다. 그리고 제나라 선왕처럼 직접 고통 받는 모습을 볼 때 그 공감 능력은 활성화된다.
오랜 시간 소·닭·개 등은 인간과 함께 한집에 사는 가축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축이라 불리던 그 동물들은 인간의 편의에 의해 나뉘어졌다. 전통적인 가축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가축은 대량 사육 시설로 옮겨져 오직 인간에게 육류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고, 개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되어 인간과 더 가깝게 살고 있다. 누군가 “왜 소는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됩니까?”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개는 우리와 같이 살고, 소는 같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과연 개는 다른 동물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별한 동물일까? 애견인들이 흔히 말하는 높은 지능, 인간과의 교감, 높은 충성심 등은 다른 동물들과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 것일까? 나는 개가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를 가축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에는 동의한다.
우리는 공감을 인간의 전유물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브라운대학 러셀 처치의 실험에 의하면, 막대기를 눌러 먹이를 먹도록 훈련을 받은 쥐도, 막대기를 눌렀을 때 눈앞에 보이는 쥐가 충격을 받는다면 더 이상 막대기를 누르지 않는다. 같은 종의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얼마든지 관찰된다. 다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다른 종의 고통에 대해서도 반응할 정도로 ‘공감의 원’(circle of empathy)이 넓다는 것과, 고통을 느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나서서 돕는다는 것이 다르다. 물론 그 원의 크기와 실천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누구에게 공감을 느끼고 실천할까? 당연히 가까운 이들이다. 북경대의 샤오징 쑤 연구 팀은 사람의 볼을 뾰족한 바늘로 찌르는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 준 다음 뇌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MRI로 관찰한 바 있다. 그 결과 자신과 같은 인종일수록 공감과 관련된 뇌의 부위인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가 활성화되었다. 황인종은 황인종의 고통에, 백인종은 백인종의 고통에 더 강하게 반응한 것이다. 즉, 우리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거나, 동질감을 느끼거나, 가깝다고 느낄 때 더 공감을 잘한다. 그리고 제나라 선왕처럼 직접 고통 받는 모습을 볼 때 그 공감 능력은 활성화된다.
오랜 시간 소·닭·개 등은 인간과 함께 한집에 사는 가축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축이라 불리던 그 동물들은 인간의 편의에 의해 나뉘어졌다. 전통적인 가축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가축은 대량 사육 시설로 옮겨져 오직 인간에게 육류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고, 개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되어 인간과 더 가깝게 살고 있다. 누군가 “왜 소는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됩니까?”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개는 우리와 같이 살고, 소는 같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