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 기간동안 북해도를 다녀왔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무더위에 시달리다가 그나마 조금 더 시원한 곳에서 심신을 달랬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곳들을 돌아보았다.

떠나기 전에 하루 사용할 생각으로 렌터카를 빌렸다. 차를 빌리면서 운전석이 반대인데 사고내지 않고 잘 운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문득 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지 궁금해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과거 마차 운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오른손잡이인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왼쪽 좌석보다 오른쪽 좌석이 편하기 때문에 오른쪽에 앉게 되었고, 이에 따라 마차는 도로의 왼편으로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차 운전의 편의성을 고려한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 마차가 사라진 지금에도 전세계 국가의 35% 정도가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영국만 차량의 좌측통행을 채택하고 있고, 예전 영국의 식민지였던 지역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차량의 좌측통행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같은 섬나라인 일본도 차량의 좌측통행을 채택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1800년대 메이지 시절 인력거가 마주 보고 엇갈리는 경우 왼쪽으로 피한다는 내용으로 좌측통행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2차 대전에 패한 후 미군이 통치하던 1972년까지만 하더라도 우측통행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1978년 다시 일본 영토로 수복되면서 좌측통행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마차의 시대가 지나고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의 변속기를 왼손으로 다루는 게 불편하자 독일이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차가 도로의 오른쪽으로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어떤 측면에서는 채찍과 변속기가 비슷한 셈이다. 운전석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한 시간 사십 분 정도 떨어진 아사히카와라는 곳까지 가서 그곳에서 조그마한 차를 빌렸다. 막상 운전석이 오른쪽에 달린 차를 보니, 조금은 두려웠다. 머릿속에는 내가 역주행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거 우리나라에 못 돌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나보다 운전을 더 잘하는 아내가 선뜻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했다.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었다. 나는 냉큼 알았어 라고 말했다.

차가 많지 않은 동네이고, 차들이 속도를 많이 내지 않아 운전은 어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와는 달리 방향 지시등 레버가 오른쪽에, 와이퍼 레버가 왼쪽에 달려 있어서 깜빡이를 켜려다가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몇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통행 방향이 반대여서 평소대로 운전하면 역주행을 면치 못할 상황이라 조수석에 앉은 나도 바짝 긴장한 상태로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조금 운전하다가 아내도 신경쓰느라 피곤했는지 힘들다고 하여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역시 쉽지 않았지만 중앙선이 항상 내 오른쪽에 있도록 운전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니 조금은 덜 헛갈렸다. 그리고 운전했던 곳이 차가 많지 않아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늘 긴장해야 했다. 렌터카를 무사히 반납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도 물러나고, 추석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