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천문잡지 애독자였다.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고 아마추어 천문학 동아리 핵심 멤버였다. 대학(연세대·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박사)에서는 천문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세티 연구소 한국 책임자다. 또 별을 보며 성장기를 보냈던 삼청동 옛집에 과학자와 과학저술가, 그리고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문을 연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도 맡고 있다.

아마도, 과학책은 진입장벽이 가장 어려운 장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럴 땐 길라잡이가 필요한데 천문학자 이명현 만큼 안성맞춤인 사람이 없다

‘별처럼 시처럼, 과학을 읽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과학 서평집이다. 이 책은 50여권에 달하는 과학책에 대한 친절한 소개인 동시에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과학에세이’다. 여기에 전작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을 통해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풍부한 인문학적 감성을 보여준 그의 글쓰기가 어우러져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는 과학책의 콘텐츠와 자신의 경험을 엮어내며 달력, 날씨, 진화, 외계인 같은 친숙한 과학적 주제들에서 블랙홀, 양자역학, 빅뱅, 힉스 입자 같은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펼쳐낸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 닐 암스트롱과 달리 사령선에 홀로 남아 지구로 귀환을 준비하던 마이클 콜린스이 펴낸 ‘플라이 투 더 문’ 등은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인생은 별처럼 꿈꾸는 것이다’라고 늘상 말했던 ‘아폴로 박사’ 조경철의 저서, 칼 세이건의 ‘콘택트’ 이정모·정재승 등 국내 과학자들의 책들도 눈길을 끈다.

책은 서점을 찾은 이들에게 책 큐레이션을 해주듯,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1부 ‘우주와 별과 지구의 아름다움’은 오로라, 별자리, 블랙홀, 외계 생명체 같은 천문학적 주제를 한데 모았으며

2부 ‘한국 과학자가 쓴 과학책’은 우리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있어 훨씬 편하게 읽히는 국내 과학자들의 저서를 통해 중력, 달력, 영화, 일기예보, 진화심리학 등에 대해 들려준다.

3부 ‘과학자는 누구인가?’ 과학자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로 천문대 계산기로 살았던 천재 소녀,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의 열정적인 인생 등이 그려지며 4부 ‘세상의 온갖 궁금증’에서는 죽음, 신, 우주의 시작과 끝, 뇌의 역할 등 과학이 묻고 답하는 세상의 주제를 다룬다.

5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은 진화론에 대한 흔한 오해, 기적보다 경이로운 과학, 수학으로만 그려내는 세상의 모습 등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을 소개한다.

<사월의 책·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