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은 1942년 10월 3일 새로운 액체 추진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다. 이후 본래 ‘조립’(Aggregate)이라는 의미의 A-4 로켓명은 ‘V-2’로 바뀐다. V는 ‘보복 무기’(Vergeltung Swaffe)를 의미했다. 나치는 1944년 9월부터 종전 때까지 런던 등지로 V-2 로켓 3220여 발을 발사한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V-2 로켓 기술은 승전국 미국과 소련의 차지가 됐다. 냉전이 시작되며 양국은 경쟁적으로 대형 로켓 엔진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련이 먼저 선수를 쳤다. ‘R-7’ 로켓을 개발해 1957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쏴 올렸고, 이어 1961년 4월에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호가 첫 우주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1958년 1월, ‘주피터(목성)-C’ 로켓에 위성을 얹어 지구 궤도에 올렸다. 발사에 성공한 뒤 개발자 폰 브라운 박사는 “우리는 하늘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외쳤다고 한다. 치열한 미·소 간 우주 경쟁 속에서 미국은 ‘새턴(토성)-5’라는 대형 로켓 엔진을 개발하면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각 나라에서 개발한 로켓 발사체는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다. 중국의 로켓 발사체는 ‘장정’(長征)이며 일본은 ‘H-2’로 명명됐다. 중국은 역사적인 대장정에서, 일본은 연료로 사용하는 액체 수소(Hydrogen)에서 이름을 따왔다. 최근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이름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누리’로 선정됐다.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지난 2012년 1단 로켓 엔진으로 러시아산(앙가라)을 사용해 발사한 ‘나로’와 짝을 이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독자 개발한 75t 급 액체 연료 로켓 엔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발사를 10월 말에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한다. 이번 시험 발사는 신뢰성 높은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한 절차이다. 75t급 로켓 엔진 4기를 묶어 1단 엔진으로 사용하는 본 한국형 발사체는 오는 2021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우주 주권국으로 가는 첫발,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기원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