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 광주은행 수석부행장] 선배를 닮지 말고 시대를 닮아가라!
2018년 09월 11일(화) 00:00 가가
프랑스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흐는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닮는다”고 했다. 우리는 대개 자식들이 부모의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또 자식들이 자신을 빼 닮았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요즘은 생태학적으로는 닮을 수 있겠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시간이 거의 없고 공유 공간마저 달라 후천적인 성격의 유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학교와 같은 공적 교육기관에서 획일화의 교육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성이 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모두 비슷한 ‘우리 자식’의 개념이 더 강한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부모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자식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긴 하지만 자식들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며, 그만큼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세상이 달라졌고, 보는 방식 또한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자식들을 부모의 방식대로 평가하고 판단한다면 문제가 생길게 뻔하다.
민주화 이전에야 통치 수단의 일환으로 국민 윤리 공부를 강요하면서 국가가 시키는 대로 처신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획일화된 국민을 만들기 위한 국민 윤리 교육이 강조되지 않는 시대다.
내전에 시달리는 국가에서 탈출한 난민의 자녀들이 국제 보호 수용 시설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빨리 체득하는 것이 바로 ‘남의 의견 따르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 남의 의견을 잘 따르는 것이 최선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아니오(No)’란 반응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말하는 ‘아니오’는 아이들의 삶에 해를 끼치는 나쁜 병균과 같은 것이며, ‘예’야 말로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안전망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매릴랜드주의 통제가 잘 되는 아이 존 리 말보(John Lee Malvo)와 그의 아버지 존 앨런 무하마드(John Muhammad)는 2002년 10월 미국을 온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0월 2일부터 22일까지 이 부자는 조준 사격에 의한 ‘묻지마 총격’으로 가정교사, 주부, 등교하는 학생, 행인, 버스 운전사 등 불특정 시민을 살해했다. 이 사건에 동참한 아들 말보는 이 사건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통제가 잘 되는 아이,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말 잘 듣고 순한 아이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범죄심리학자 등 각계의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 아이의 ‘예스’가 그의 운명을 망쳤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이 가공할 연쇄 저격 사건이 그가 ‘통제가 너무 잘 되는 아이’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오히려 더욱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이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통제하려는 양부에게 ‘예’만 할 줄 알았지 ‘아니오’는 할 줄을 몰랐다.
가끔씩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를 반복 주입한다. 내 아이가 나 같은 어른의 말씀을 잘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내 아이도 내게서 이 말을 듣고, 나도 아버지로부터 이 말씀을 들었고, 나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로부터 이 말씀을 들었을 것이다.
말 잘 듣는 아이에게서 예견되는 부작용이 저리 클 수도 있는 것이라면 말 안 듣는 아이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내 아이가 내 말을 잘 듣는다 해서 기뻐할 일만도, 내 말을 잘 안 듣는다 해서 슬퍼할 일만도 아니다. ‘통제가 잘 되는 아이’의 비참한 운명을 지켜보며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반항기의 내 아이’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요모조모 살펴보자. 적어도 내 아이가 ‘어른들의 말씀을 따라야 할 이유’ 정도는 반문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공중도덕에 고개를 끄덕이고 기존의 세상 질서를 교란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세상의 질서를 깨고 바꾸는 역할을 담당케 하려면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어른으로 키워야 한다.
통제에 길들여진 개인과 집단은 통제 받는 줄도 모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제 당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불행한 일이다.
요즘은 생태학적으로는 닮을 수 있겠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시간이 거의 없고 공유 공간마저 달라 후천적인 성격의 유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학교와 같은 공적 교육기관에서 획일화의 교육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성이 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모두 비슷한 ‘우리 자식’의 개념이 더 강한 것이 현실이다.
민주화 이전에야 통치 수단의 일환으로 국민 윤리 공부를 강요하면서 국가가 시키는 대로 처신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획일화된 국민을 만들기 위한 국민 윤리 교육이 강조되지 않는 시대다.
미국 매릴랜드주의 통제가 잘 되는 아이 존 리 말보(John Lee Malvo)와 그의 아버지 존 앨런 무하마드(John Muhammad)는 2002년 10월 미국을 온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0월 2일부터 22일까지 이 부자는 조준 사격에 의한 ‘묻지마 총격’으로 가정교사, 주부, 등교하는 학생, 행인, 버스 운전사 등 불특정 시민을 살해했다. 이 사건에 동참한 아들 말보는 이 사건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통제가 잘 되는 아이,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말 잘 듣고 순한 아이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범죄심리학자 등 각계의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 아이의 ‘예스’가 그의 운명을 망쳤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이 가공할 연쇄 저격 사건이 그가 ‘통제가 너무 잘 되는 아이’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오히려 더욱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이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통제하려는 양부에게 ‘예’만 할 줄 알았지 ‘아니오’는 할 줄을 몰랐다.
가끔씩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를 반복 주입한다. 내 아이가 나 같은 어른의 말씀을 잘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내 아이도 내게서 이 말을 듣고, 나도 아버지로부터 이 말씀을 들었고, 나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로부터 이 말씀을 들었을 것이다.
말 잘 듣는 아이에게서 예견되는 부작용이 저리 클 수도 있는 것이라면 말 안 듣는 아이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내 아이가 내 말을 잘 듣는다 해서 기뻐할 일만도, 내 말을 잘 안 듣는다 해서 슬퍼할 일만도 아니다. ‘통제가 잘 되는 아이’의 비참한 운명을 지켜보며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반항기의 내 아이’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요모조모 살펴보자. 적어도 내 아이가 ‘어른들의 말씀을 따라야 할 이유’ 정도는 반문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공중도덕에 고개를 끄덕이고 기존의 세상 질서를 교란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세상의 질서를 깨고 바꾸는 역할을 담당케 하려면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어른으로 키워야 한다.
통제에 길들여진 개인과 집단은 통제 받는 줄도 모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제 당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불행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