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격성’이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투영돼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게 살인, 폭력, 학대 등의 행위다. 일상생활에서 ‘공격성’은 금기와 제한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과연 ‘공격성’은 부정적인 의미만 포함돼 있을까.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인 앤서니 스토는 “인간이 공격성이라는 중요한 재능을 갖추지 못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세상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책 ‘공격성, 인간의 재능’은 인간의 공격성 가운데 긍정적 측면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들여다본 문제작이다.

“인간 본성에서 공격적인 부분은 천적에 맞서는 방어 수단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적인 업적의 토대가 되고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며, 심지어 한 인간으로 하여금 우리 사이에서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도록 해주는 적절한 자존심의 근간이 된다.”

물론 책은 부정적인 측면의 공격성까지 두둔하지는 않는다. 희대의 살인자나 혐오스러운 잔혹 범죄에 대해 ‘야만적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단지 “극도로 ‘야만적인’ 행동은 인간에게 국한된 특징”이라고 인정한다.

저자는 공격성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관점을 취한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젖병을 달라고 까무러칠 듯 우는 아기, 강제수용소의 수용자를 고문하는 교도관, 승리를 위해 투지를 불사르는 운동선수들처럼 공격성은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모두를 개탄하게 하는’ 폭력적 공격성 외에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격성도 있다. 정신분석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좌절에 따른 반응’을 넘어 인간본성에 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어린 아이가 저항하는 행동은 공격적이지만 반면 독립성을 향한 충동으로 본다. 또한 권력을 향한 욕망이 처참한 결과를 낳지만 한편으로 외부 세계를 정복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달리 말하면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열망, 주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공격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얘기다.

책이 다루는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격성이 정신병리학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행태로 발현되는지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우울증, 조현병, 편집증의 공격성까지 다루며 각 증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과 분석은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함을 덮어놓고 옹호하는 것을 제지한다. 공격성의 긍정적 역할을 터무니없이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온, 또는 잘못 알고 있던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누구에게나 있는 내면의 공격성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원하는 의도가 아닐까.

<심심·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