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작가 손보미가 두 번째 소설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을 펴냈다. 세밀한 구성과 세련된 분위기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손 작가는 대산문학신인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을 받았다. 모두 9편의 작품의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는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산책’,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시교사’도 담겨 있다.

“말로 규정하지 않고 침묵으로 환기하는 스타일”이라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평처럼 작가는 삶이 불가해한 존재의 침입으로 인해 미묘하게 변해가는 양상을 묘사한다.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는 인물들이 새로운 자아와 관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특유의 정갈한 문체로 담아낸다.

작가의 소설은 주로 어떤 존재나 사건이 일상으로 침입해오는 순간 전개되는 양상을 보인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은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에 자꾸 담을 넘어오는 고양이들을 퇴치하러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산책’은 밤마다 외출을 나가는 아버지의 집에 딸네 부부가 느닷없이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자 사나이’는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은 꼭 배달되는” 상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의 균열은 다소 우연적으로 발생하지만 그로 인한 성찰과 반성은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이를 만나는 순간 “무엇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처지”를 환기한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손 작가의 소설이 “각자의 삶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이 어째서 불가능한가에 대한 집요하고도 예리한 성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