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부터 광주일보 1면에는 매주 금요일 한 차례씩 광주 지역 14세 아이들의 ‘생생한 육성’이 실리고 있다. 내일부터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시타미치 모토유키의 ‘14세&세계&경계’라는 작품이 그것인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가 실린 ‘지면 자체’를 전시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된다고 한다. 13주간 작품이 실릴 광주일보 신문은 11월1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 전시된다.(매주 작품이 첨가되는 방식이다)

시타미치 작가가 광주에서 만난 열네 살 아이들은 자신의 꿈, 가 보고 싶은 곳, 자신들이 생각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가 14세에 주목한 이유는 ‘그들이 어른과 어린이 사이 그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불안정한 시기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홍콩 명보, 일본 오카야마 산요신문 등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가는 작품이 문화면이 아닌,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실리길 바랐다. 정치·국제 등 신문에 실린 ‘커다란 이슈’ 가운데 ‘14세 아이들’의 ‘사소한 목소리’를 듣는 게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작가는 “신문의 주 독자층인 어른들이 자신이 아이였던 시절을 돌아보고, 강렬하게 세계를 바라보던 감각을 되찾아 때론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감동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면에 실린 글들을 보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친했던 친구와의 사이에 생겨 버린 경계 등 그만 한 나이 때 내가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도 있지만 나라면 절대 떠올리지 못했을,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생생한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다.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그린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 중 ‘열네 살’이라는 만화가 있다. 업무에 시달리던 40대 후반 아저씨가 타임슬립을 통해 열네 살 시절로 돌아가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예전과 같은 듯 달라진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다시 14세로 돌아와 보니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어쩌면 14살 아이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