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앞에서는 300여 일 이상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 다니는 길이었는데도 필자는 그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다만, 아주 오래 전의 일이라는데 왜 아직도 문제가 되는지 궁금한 마음이 있긴 했다.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은 1987년까지 부산시에 있었던 부랑인 강제수용소다. 1975년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인 시설로 처음 설립됐는데 한때 3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문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나 노숙자, 기차역에서 TV를 보고 있거나, 시장에서 음식을 먹던 무고한 일반 시민까지 끌고 갔다. 부랑인이 아닌 자라도 인원수만큼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은 매년 20억 원씩 국고 지원을 받았다.

복지원에서는 이들을 데려가 불법 감금과 강제 노역을 시켰으며 이에 저항하면 굶기고 때렸으며 심지어는 죽이고 암매장까지 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형제 복지원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 결과, 12년 동안 551명이 사망했고, 일부 시신은 300~500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 나갔다.

그런데 이 같은 중범죄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박인근은 7번의 재판 끝에 1989년 3월 징역 2년 6월의 형만 받았다. 횡령죄 등만 적용되고 불법 구금·폭행·살인 등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 만에 이를 다시 판단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됐다. 검찰개혁위원회가 오는 5일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과 관련, ‘비상 상고’를 권고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사건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비상 절차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인권 유린을 이번에 제대로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적폐 청산이 아닐까.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 주기를 바란다.

/서울취재본부=박지경 부장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