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부분 신문은 미국 공화당의 정치 거목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의 삶과 정치 역정을 앞다퉈 주요 기사로 다뤘다. 고인이 된 매케인은 지난해 7월에도 국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뇌암 투병 중에도 의회에 출석해 자신의 소신과 어긋나는 ‘오바마 케어 폐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출석 당시 보인 왼쪽 눈 위의 선명한 수술 자국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언론이 다른 나라인 미국의 정치인을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도와 품격을 갖춘 정치인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매케인은 공화당 의원으로서 ‘진짜 보수’를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9·11테러 후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의혹을 파헤친 상원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같은 당 소속의원들이 CIA를 보호하는 ‘방탄 의원단’으로 나섰음에도, 그는 ‘저런 잘못을 밝히는 게 미국의 가치’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치’를 실천했던 매케인의 죽음은 노회찬 의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노 의원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 4000만 원을 받았다며 스스로 단죄했다. 국민은 “수억 원을 드시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인간들이 숱한데, 왜 하필 노회찬이냐”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국민의 애도 속에 잠들 수 있었던 것은 늘 서민들과 함께 했던 정치인이자 실천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은 감동적이었던, 지난 2012년 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도 담겨 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투명인간인 이분들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자문한 그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외 정치인들의 부음을 접하면서 광주 학살의 원흉 ‘전두환’이 떠오른다. 그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광주법정에 서게 됐으나 갖은 핑계를 대면서 꽁무니를 빼고 있다. 재판 불출석 이유로 ‘치매’를 내세우더니 이젠 측근이 회고록을 썼다며 슬그머니 발뺌하고 있다. 인간의 품격은 그가 위기에 몰렸을 때 드러난다는데, 참 씁쓸하다. /윤영기 사회부장 penf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