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잘 아는 선배의 식당을 찾았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계산하는데, 대뜸 선배가 장부를 보여 주며 하소연했다. 매출 하락과 인건비 상승으로 망하게 생겼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즉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규제 완화, 금융 인센티브, 불법 승계 등으로 대기업을 지원해 그 ‘낙수’로 버텨 온 과거 방식을 과감히 청산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온데간데없다.

정부의 경제 정책 수단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과세와 재정 지출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이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오롯이 고용주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도 이미 고임금 체계를 구축한 대기업, 공공·금융기관, 전문직 등이 아닌 소기업, 영세 상공인 등과 직결된다.

볼멘소리가 계속되자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것으로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소기업, 영세 상공인 등이 인건비 증가분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 구조적인 문제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경제 정책은 ‘상후하박’에 중점을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 임직원의 수십억 원 또는 억대 연봉은 중소 하청업체의 ‘고혈’에서 뽑아낸 것이며, 금융 기관과 그 감독 기관의 ‘황홀한’ 연봉·복지 시스템은 ‘이자 놀음’이나 ‘특혜’와 연관이 있다. 공공 기관 역시 국민에게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임직원 임금 상승, 법인 카드 긁기에만 관심을 뒀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도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요구,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대기업의 소매업 진출 등 소득 하위 계층을 옥죄는 여러 적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의 전제는 분배 정의다. 먼저 노동의 가치, 질, 시간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에 의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보유세 등을 통한 적극적인 부유층 과세, 소득 상위 계층의 견고한 고임금 체계의 개혁,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세심한 지원 등이 시급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