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의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잠시 태풍이 상륙했지만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푹푹 찌는 무더위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겠지만, 누구보다 힘든 건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렇게 더운 여름에도 지속적으로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더위 속에서 어른들의 학대와 무관심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아동 학대 의심 신고는 2015년 1만 9214건, 2016년 2만 9674건, 2017년 3만 418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의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2015년 1052건에서 2016년 1633건으로 전년 대비 55% 이상 증가하였으며, 2017년에는 1908건으로 전년 대비 약 17%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아동 학대를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가정사나 훈육으로 치부했던 것에서 벗어나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고하는 신고자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주 반가운 요즘이다.

그렇다면 학대로부터 아동을 신속하게 구해내고 마지막 한 아이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아동 보호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을까? 아쉽게도 대답은 ‘아직’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아동 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예산의 출처 변경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복권 기금 및 범죄 피해자 지원 기금에서 출연하고 있는 아동 학대 예방 사업 관련 예산을 중앙 정부가 주체가 되어 일반 회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동 학대 예방 사업의 운영 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설치 및 운영 재원은 법무부의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과 기획재정부의 복권 기금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동 학대 예방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이 어렵고 적정한 예산 확보가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촘촘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동복지법 제45조(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설치)에 의거하여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국 62곳의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이 228개 지자체의 학대 피해 아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아동 보호 체계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가 일하는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이 소속된 전남도는 올해 2월 전국 최초로 지방비(도비)를 자체 편성하여 전남 서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 분사무소를 설치해 전남 서부권에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업무를 분담하고,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러 지방 정부에서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식혀줄 반가운 소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여름에 정부가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시원하게 쏟아내 아동들이 학대로부터 안전하게 지내는 여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