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80조원대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도, 광주시는 구체적인 유치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동차 전장산업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인데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는데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정치적 대응까지 못하면서 다른 광역단체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180조원 규모(국내 130조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광역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각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국내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신규 투자 발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투자 계획에 따라 4만명가량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여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삼성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발표하고 투자 계획을 밝힌 반도체와 바이오 등은 대부분 평택, 인천 등 수도권에 기존 삼성의 생산거점이 밀집해 있어 사실상 여타 지자체들은 자동차 부품을 총망라하는 전장부품 생산기지를 놓고 한 판 유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전장부품 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든 국내 지자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지역에 현재 조성돼 있는 관련 산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존 산업 기반과 삼성의 투자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관련 산업 기반이 탄탄하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도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된 빛그린국가산단에 전장부품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시급한 것도 국가계획으로 국비 등이 투입되면 삼성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광주의 전장부품산업 조성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1906억원에 달하는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제때 진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뒤 국비 지원이 확정되면 민간 기업의 투자도 뒤따르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삼성의 전장사업 광주 유치에 손을 놓은 모양새다. 과거 의욕적으로 전장 산업 유치에 뛰어들었던 광주시는 최근 현대차 완성차 공장 설립과 도시철도 2호선, 산하 기관장 인사 등에 집중하면서 삼성 투자 유치에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장 산업 광주 유치를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관련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던 민주당도 선거 이후 정치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상무를 지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광주가 친환경자동차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장산업 클러스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자체와 경제계, 정치권이 협력해 전장산업을 광주에 유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자동차 전장산업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텔레매틱스, CID(중앙정보디스플레이),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