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공신이었던 ‘외인 호랑이 3총사’의 시즌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헥터 노에시, 팻 딘, 로저 버나디나로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KIA 우승에 기여하면서 두둑한 연봉과 함께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 선수의 기상도는 버나디나 ‘맑음’, 팻딘 ‘흐림’, 헥터 ‘흐리고 비’다.

지난해 ‘20승-200이닝’을 달성한 헥터는 올 시즌 30만 달러 인상된 총액 200만 달러를 받으면서 외국인 선수 연봉킹이다.

헥터는 2년 연속 리그 최다 이닝과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며 특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을 했지만 올 시즌에는 앞선 시즌에서 보여줬던 위압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따르지 않는 등 운도 없지만 위기에 취약한 모습이다.

지난해 30경기에서 20승을 거둔 헥터는 올 시즌에는 22경기에 나와 4.63의 평균자책점으로 9승 8패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1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던 헥터는 19개의 홈런을 내주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피안타율은 0.319에서 0.340으로 높아졌고,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32에서 1.44로 나빠졌다.

승리를 부르던 헥터의 승률은 0.529로 뚝 떨어지는 등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 시즌이지만 성적은 가장 좋지 못하다.

팻딘

팻딘은 지난해에도 ‘위기의 남자’였다.

정규시즌 중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팻딘은 후반기에 반전을 이루면서 선발진의 중심이 됐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3실점의 호투를 하며 재계약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연봉도 2만5000달러 인상되면서 92만 5000달러가 됐다.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기분 좋게 2018시즌을 출발했지만 팻딘의 불운은 올해도 계속됐다. 불펜의 난조와 야수들의 침묵으로 번번이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팻딘은 결국 부진에 빠졌고, 전반기에 단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결국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불펜 이동은 팻딘에게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팻딘은 구원으로 나선 3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하며 2승 1홀드를 챙겼다.

헥터

헥터의 허리 부상으로 4이닝 소화 이후 4일 만에 선발로 등판해 6회를 책임져주기도 했다. 하지만 팻딘은 지난 5일 두산전 선발로 나왔다가 오른쪽 정강이에 공을 맞으면서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또다시 불운에 울었다.

팻딘은 16일 엔트리에 재등록돼 롯데와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두 투수와 달리 버나디나는 그나마 재계약 안정권에 있다. 버나디나는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KIA 외국인 타자의 역사가 됐다.

팀 역대 최초로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했고, 팀 외국인 선수 최초의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 자리도 차지했다. ‘20(홈런)-20(도루)클럽’에도 가입한 버나디나는 지난 시즌보다 25만 달러 인상된 총액 100만 달러에 KIA에 잔류했다.

전체적인 팀 공격의 침체 속, 강렬했던 지난해 모습에는 살짝 부족하고 실수도 늘었지만 버나디다는 여전히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3일 현재 19개의 홈런을 날린 그는 27개의 도루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20-20’도 예약해뒀다.

아직 시즌은 남았고,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세 외국인 선수가 남은 시즌에서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서 KIA의 성적과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