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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생명의 땅 DMZ를 가다 (2) DMZ와 민통선 마을, 그리고 사람
분단의 끝이자 통일의 시작 … 전쟁 불안 속 일궈온 희망터전

2018. 08.09. 00:00:00

민통선 마을인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마을이 대남·대북 방송이 멈춰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단콩 마을 앞에 설치된 조형물.




한반도에 있지만 한민족이 살지 못하는 땅, 비무장지대(이하 DMZ·demilitarized zone) 그리고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DMZ와 민통선은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의 터전을 일궜던 곳이다. 한국전쟁 전 이 곳에는 총 427개 마을이 있었고 그 중 경기도내에는 244개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경기지역 민통선내 마을은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장단콩마을(통일촌)과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 연천군 중면 횡산리 3곳, DMZ 안에는 대성동마을(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1곳뿐이다. 이 4개 지역에 865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군부대의 통제 아래 적잖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바뀌며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17일 방문한 민통선 마을 중 하나인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마을’ 곳곳에는 변화가 스며들고 있었다. 북한 송악산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 마을은 지난 1973년 박정희정권의 ‘선전마을’ 조성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군인과 원주민 40가구는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가구당 2만6000㎡ 땅을 일구며 지금까지 마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4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분단의 끝과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마을 특성상 남북관계의 작은 변화는 주민들의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평화의 증표로 마을 인근 대북확성기가 철거돼 지난 40여 년간 주민들을 괴롭혔던 각종 소음문제가 비로소 해결됐다.
물론 마을 한편에는 ‘비상대피소’와 ‘지뢰지대’ 철조망이 쳐진, 그 어느 지역보다 전쟁의 위기감이 팽팽하게 상존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민통선 내 고립된 마을은 주민들의 공동체 생활을 돈독하게 만들었다. ‘장단콩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군내면 백연리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콩이 특산품인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내에 콩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식당과 특산물 판매소 등을 운영, 창출되는 수익을 공동으로 분배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를 타고 민통선 인근 안보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곳 매출도 약 70% 급증해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민통선 개발 바람이 수십 여년 지켜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또 다른 불안감이 퍼져 나가고 있다. 애초 박정희 정권이 이들에게 지급한 토지는 별도의 토지주가 있는 터라,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땅이 마을 주민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마을 내 토지거래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다.
장단콩마을 이완배(65) 이장은 “벌써 민통선 인근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곳 주민들의 소망은 전쟁 불안 없이 평생을 지켜온 마을을 일구며 사는 것이다”고 말했다.
연천군 중면에 위치한 횡산리 마을은 29세대, 주민 7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횡산리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살던 고향이라서,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서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1985년 민통선 안으로 들어와 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민통선 안에 조성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민통선 안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민통선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외부로 나가거나 들어 오기 위해서 민간인 출입통제선에 설치된 초소에서 신분 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 마을 밖으로 이동하더라도 도로 중간중간에 설치된 군 초소에서 별도로 신분조회 및 방문 목적 등을 설명해야 한다.
또 민통선 안에 학교가 없다 보니 민통선 마을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등하교시 민간인통제선 초소에서 매일 신분조회 절차를 받고 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사건 등 남북 관계를 얼어붙게 하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민들은 모든 것을 남겨두고 마을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에도 마을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애정은 누구보다 남다르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을 흐르는 임진강부터 넓게 펼쳐진 초원, 도심에서 보기 힘든 철새, 물고기, 사슴 등의 동물을 이곳만의 매력으로 꼽는다. 이와 함께 큰 일교차는 콩, 인삼 등을 재배하는데 큰 이점이라고 말한다.
횡산리 은금홍(70) 이장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전쟁이라도 날 것같이 대피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러려니 하고 군부대의 통솔을 받는다”며 “지금의 생활도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돼 멀리서 바라볼수 밖에 없는 북으로 자유롭게 출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인일보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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