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고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사전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시험지 유출이 1, 2년 전에도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학교 행정실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학교 운영위원장이 아들에게 시험지를 편집, 가공해 건넨 사실이 드러난 만큼 학생의 1, 2학년때도 이같은 부정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수사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출입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학운위원장 아들이 2학년때는 2등급을 유지했으나 중간고사에서 1등급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사실과 함께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태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의 제보로 불거진 기말고사 부정은 지난 1일 오후 5시께 학운위원장 A(여·51)씨와 행정실장 B(57)씨가 광주 모 카페에서 가졌던 30분 간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A씨는 B씨에게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달라” 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페 CCTV에서는 이들이 쪽지에 무언가를 적고서 주고 받는 장면이 담겼으나 그 내용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카페에서 만난 다음날인 2일 행정실장 B씨는 퇴근 시간 무렵인 오후 5시30분께 행정실 맞은편 등사실(인쇄실)에 들어가 이과 기말고사 시험지(9과목) 원안을 몽땅 들고 빠져나와 행정실에서 복사했다. 그러곤 1시간여 뒤 이들은 남구 노대동 거리에서 시험지를 주고 받았다.

빼돌린 시험지 복사본을 집으로 가져온 A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전과목을 직접, 손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편집본을 아들에게 건네며 “너희 학교에서 과거 출제된 족보”라고 했다고 한다.

행정실장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교운영위원장인 A씨의 학교내 영향력과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는데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부모의 사정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행정실장 B씨의 범행 동기가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퇴직을 불과 3년여 앞두고 범죄에 따른 처벌은 물론, 퇴직금과 연금 상당액을 포기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시험지 유출을 감행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착수 6일 만인 이날 시험지 유출 사건이 일어난 학교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학운위원장 및 행정실장의 집과 차량 역시 압수수색을 벌여 차량용 블랙박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행정실장 및 학운위원장 부부에 대한 통신 및 예금계좌 압수수색도 진행 중이다. 피부과 의사인 학운위원장 남편 또한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