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최대 변수로 꼽혔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대진표가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차기 민주당 대표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개각과 저의 출마 여부가 연동돼 인사권자인 대통령님께 폐를 끼치고 있다. 이에 제가 먼저 불출마를 밝혀 대통령께 드린 부담을 스스로 결자해지코자 한다”며 “8·25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저로 인해 혼선과 억측이 야기되고 있다”며 “이에 제가 먼저 결론 내리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20~2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앞두고 다른 당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범계 의원과 지난 15일 두 번째로 출사표를 던진 김진표 의원에 이어 ‘진정한 호남의 대표 주자’를 내걸고 송영길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송 의원 측의 김효은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이날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18일 오전 10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며 “민주당의 변화와 새로운 경제, 개혁입법, 지방 분권에 대한 비전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북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 의원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민주당’을 표어로 내걸고 당심을 파고들 방침이다.

지난 14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출마 의사를 표했던 김두관 의원은 오는 19일께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상황을 주시하며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의 설훈·이인영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두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만나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후보등록 전날인 19일 다시 회동, 최종 담판에 나서기로 했다. 설 의원은 “특별한 이견이 있다기 보다 서로 출마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19일에 한 번 더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설 의원은 다만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예정됐던 출판기념회 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당내에선 통상 출판기념회를 통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결국 두 의원 모두 ‘마이웨이’를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해철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하다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최재성 의원의 경우 마지막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최 의원 본인의 출마 의사는 확고하지만, 주변의 만류 등으로 후보 등록 직전까지 정리 작업을 계속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해찬 의원의 경우도 아직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7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이 의원이 차기 리더로서 당청 관계에서 당의 위상을 강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의견과 당 지도부로 직접 나서기보다 2선에서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박지경 기자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