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류현자의 작업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빼놓을 수 없다. 류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각양각색의 ‘버선’은 어머니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버선과 연꽃이 어우러진‘사모곡’은 부뚜막에 냉수 한 사발 떠 놓고 가족의 안녕을 비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잉태된 연작이다.

분채, 패분 등 다양한 한국화 재료를 활용해 색색의 버선을 중첩시키며 독특한 조형미를 만들어간 평면 작업을 진행해온 류 작가가 이번에는 설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무등현대미술관(관장 정송규)은 오는 8월19일까지 류현자 작가 초대전을 진행한다. ‘사모곡-그 숲에 들다’라는 주제처럼 전시장에 들어서면 100여개의 작품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 꼭 ‘그림의 숲’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이 작품 역시 어머니에게서 출발한다. 어느 날, 팔순의 어머니가 연필에 침 묻혀가며 불교 경전 ‘금강경’을 한자 한자 써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왠지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 어머니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사경(寫經)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경과 버선·연꽃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 100여점이 내걸렸다. 35㎝x140㎝ 한지에 써내려간 작품 하나에는 ‘금강경’ 800자 정도가 들어갔다. 전시장을 찾은 일부 관객이 글씨가 ‘인쇄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글씨를 쓰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비워지며 또 다른 성취감을 얻기도 했다. 촘촘히 써내려간 글과 함께 다양한 색감으로 그린 버선과 연꽃, 오방색을 기초로 한 배경색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역동적인 느낌을 전한다. 그밖에 금강경과 그림이 어우러진 부채 작품도 여러 점 선보이고 있다.

류작가는 “‘사모곡’ 시리즈에 깊이감을 주고 싶어 설치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남대 예술대학과 경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류씨는 18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문의 062-223-6676. /김미은 기자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