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김 할아버지는 목의 이물 감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하인두암을 진단받았다. 김 할아버지와 자녀들은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새로운 진료 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조선대병원 인공지능 암 센터에서 다학제 암 협진을 받게 된 것이다.

진료 예약 시간에 인공지능 암 센터에 방문했더니 종양내과, 이비인후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성형외과의 6개과의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할아버지의 상태에 대해 토의하고 현재의 병기 및 다양한 치료 계획, 효과, 예후, 부작용 등에 대해 각과 교수들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할아버지와 보호자는 궁금한 모든 것을 상의할 수 있었고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었다.

◇다학제 협진 선진국 기본 매뉴얼=다학제 암 협진 시스템은 환자가 필요한 여러 과를 돌아다니면서 결론을 얻거나 한 명의 교수에게서 진료를 받던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다수의 암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여 의뢰한 환자에 대해 집중 토의하고, 특히 환자와 상의하면서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치료 시스템이다.

NCCN(미국 종합 암 치료네트워크)에서는 특히 치료의 방법이 다양한 두경부암의 경우, 모든 환자들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Multidisplinary team (다학제팀)의 회의를 통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라고 제시할 만큼 다학제 협진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중화되어 있는 진료 시스템이다.

김 할아버지의 병과 같은 두경부암은 뇌와 눈을 제외한 목과 머리 (코, 입, 귀)에 생기는 암을 총칭하고 후두암·구강 암 인두 암·침샘 암·부비동암이 해당된다. 술과 담배 등 강한 화학물질들의 장기적인 노출이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가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형암(solid cancer)은 외과적 완전 절제가 치료의 원칙이다. 그러나 두경부암은 숨 쉬고 먹고 말하고 삼키는 기능이 집약되어 있고, 많은 미세한 신경 및 동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뿐 아니라 수술 후 잔존기능 보존 및 치료의 부작용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두경부암 환자들의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중 어떤 치료가 가장 환자의 장기 생존에 도움이 될지, 부작용이 가장 적을지 그리고 환자가 가장 선호하는 치료 방법에 대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협의하고 토론하는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암 환자 관련 분야 의료진 협진, 원스톱 진료 및 설명·치료 결정=조선대병원의 두경부 암 협진 팀은 이비인후과, 종양내과, 방사선 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성형외과 등의 암 전문의들이 모여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토의하고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 준다. 이어 환자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면 코디네이터가 일정을 조절해 최대한 빠른 시일에 추가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한다.

조선대학교 암 센터는 두경부암 팀뿐만 아니라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식도암, 간담췌암, 부인암, 신요로계암, 피부암, 혈액암, 중추신경 및 근골격계암 등의 모든 분야 전문의들이 팀을 이뤄 긴밀히 협의해 최적의 치료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4년 시작해 현재 600례 이상을 시행, 광주·전남에서는 가장 풍부한 다학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2017년부터는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 시스템을 운용, 방대한 양의 최신 의학 데이터를 다학제 암 진료 참고자료로 사용해 최고 수준의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의료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기존의 유명 전문의 한두 명에 의존하는 시대를 벗어나서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한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조선대병원은 암 치료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도움말= 박상곤 조선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