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사립 고교에서 3학년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출된 시험지는 국어·미적분 등 5개 과목으로 학생들은 재시험을 치르게 됐다.

시험지 유출은 학부모인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과 행정실 직원이 공모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인 학교운영위원장이 아들의 내신 성적을 올릴 욕심에 시험지를 빼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행정실 직원이 응하면서 범행이 이뤄졌다. 학부모의 과한 욕심과 행정실 직원의 도덕 불감증이 빚은 결과였다.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학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와 영향력 있는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의 유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통상 고교에서는 시험을 치를 때 평가계에서 전 과목 시험 문제를 수집해 교감과 교장의 결재를 맡아 행정실이나 인쇄실에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문제지 보관 장소는 이중의 시건장치가 설치돼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행정실 직원이 학부모의 요구대로 과목별로 시험지를 빼돌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유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당사자들은 금전 거래가 없었다고 하지만 학사 행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영향력 있는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의 유착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건으로 해당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작 더 걱정스러운 것은 광주 지역 고교에 대한 이미지 추락으로 수시모집 등 대입 전형에서 학생들이 입게 될 피해다.

그렇지 않아도 2년 전 모 여고에서 발생한 학생부 및 성적 조작 사건으로 광주 지역 학생들이 피해를 본 기억이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은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도 사후약방문 식의 감사가 아닌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