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전설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 벼락같은 슈팅과 뛰어난 골 결정력으로 ‘바티골’ 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바티~ 골입니다.” 그가 공을 잡으면 중계방송 아나운서가 미처 이름을 다 부르기 전에 골을 성공시킨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아A 하위 팀인 피오렌티나에서 9년간 뛰었다. 수많은 명문 클럽의 러브콜을 거부하고 득점왕에도 올랐지만 스쿠데토(우승 팀이 유니폼에 붙이는 방패 모양의 문양)를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해 결국 AS로마로 이적했다. 이적 후 친정 팀과의 첫 경기. 결승골을 넣고도 기뻐하지 않고 골 세리머니 없이 묵묵히 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보고 팬들은 새로운 별명을 붙여 주었다. ‘최후의 로맨티시스트’. 이적한 선수가 친정 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처럼 된 것은 이 경기 이후부터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지구촌을 열광시킨 멋진 골과 함께 다양한 골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자긍심의 높이만큼 뛰어오르는 호날두의 ‘호우세리머니’가 있는가 하면 메시의 하늘을 향한 손짓(축구선수의 길로 인도해 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있다. 수아레스는 셔츠 속에 공을 집어넣고 아내의 셋째 아이 임신을 자축했고, 골든볼(MVP)이 유력한 크로아티아의 모드리치는 두 팔을 쭉쭉 뻗어 관중들과 교감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아트사커의 지휘자 그리즈만은 3골 2도움으로 프랑스를 결승에 올려놓았다. 그는 오른손으로 ‘엘’(L)자를 만든 뒤 양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갖고 있지만 8강전에서는 골을 넣고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그는 “우루과이에는 친구들이 있어 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기쁨은 절반만 가졌다”고 말해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 주었다.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올랐다. 그리즈만과 모드리치 두 에이스 중 누가 자기만의 세리머니를 펼치며 FIFA컵을 들어 올릴까. 메시와 호날두 두 신들의 10년 아성을 허물고 발롱도르를 차지할 인간계 최강은 누가 될까. 지구촌의 이목이 두 선수에 쏠려 있다. /유제관 편집1부장. 부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