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술과 문학은 진과 토닉이나 맥주와 친밀감처럼 늘 함께 해왔다. ‘캔터베리 이야기’도 런던의 어느 술집(태버드 여관)에서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는 포도주가 혈액처럼 퍼져 있다. 새뮤얼 피프스는 아침으로 맥주를 마셨고, 낭만파는 장밋빛의 포도주를 사랑했으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항구에서 거나하게 취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아서 코난 도일, 바이런 경….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작가들이다.

또 하나, 이들은 모두 런던을 거쳐 갔다. 이들에게 런던은 문학의 도시였다. 거리마다 문학적 기운이 배어 있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꽃피는 그런 창작의 산실이었다. 이들 작가들이 들렀던 곳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8세기 영국 지성을 대표하는 새뮤얼 존슨은 이런 말을 했다. “런던이 지겨운 사람은 인생이 지겨워진 사람이다” 그만큼 런던 구석구석에는 문학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언급한 대로 런던은 위대한 문학작품을 탄생시킨 영감의 화수분과도 같은 곳이다. 셰익스피어 희곡이 상영되던 극장, 찰스 디킨스가 즐겨 찾았던 술집들,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블룸스버리 그룹 멤버들이 모였던 장소,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극이 올려지던 웨스트엔드 극장가, 유서 깊은 출판사와 서적상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문학 거장들의 숨결이 배어 있다.

마치 조이스에게 더블린이, 폴 오스터에게 뉴욕이라는 도시가 영감과 문학적 자양분을 주었던 것과 유사하다.

런던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영국의 작가 엘로이즈 밀러와 편집자인 샘 조디슨이 펴낸





‘문학의 도시, 런던’은 런던의 역사, 문화, 문학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두 21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스토리는 독특한 무늬처럼 이채롭다. 저자들은 런던을 매개로 작가와 작품을 들여다보며 런던이 왜 문학의 도시인지를 조명한다.

영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초창기 문학의 후원자 역할을 한 앨프레드 대와과 제프리 초서, 셰익스피어 같은 불멸의 작가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마르크스와 엥겔스 같은 급진주의자, 셀리와 바이런, 키이츠, 워즈워스 등 낭만파들의 사랑과 미스터리한 죽음도 다뤄진다. 빅토리아풍의 작가들 예를 들어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테니슨 등의 이야기와 아동문학의 대가들도 거론된다.

책에는 작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와 지도 등도 소개돼 있다. 지도를 따라 늘어선 가게와 상점에 들러 당시 작가들처럼 차와 술을 마시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셜록 홈즈 시리즈 팬들이라면 홈즈와 왓슨이 즐겨 찾았던 ‘심슨스 인더 스튼랜드’라는 식당을 찾아가 당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대표 작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접하는 것도 큰 소득이다. 책을 읽고 런던의 거리를 걸어보면 알찬 여행이 될 것도 같다.

“1849년에 런던에 도착한 허먼 멜빌 또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스트랜드 근처 크레이븐 스트리트 25번지의 하숙집에서 지냈지만 멜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실제 장소는 타워 힐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조잡하게 고래가 그려진 포스터를 목에 건 거지를 만났다. 포스터 속 고래는 그의 배를 파괴하고 신세를 망치게 한 고래였다. 그 순간 ‘모비딕’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올댓북스·1만6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