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박형서 작가가 다섯 번째 소설집 ‘낭만주의’를 출간했다.

지금까지 작가는 소설쓰기에 한계가 설정되는 것에 대해 거부하면서 꾸준히 실험을 해왔다. 그를 가리켜 ‘소설 실험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개기일식’, ‘권태’, ‘시간의 입장에서’ 등 모두 6편의 중단편이 수록돼 있는데, 작가는 소설보다 정교한 설정으로 삶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지난 2014년 여름부터 2017년 봄 사이에 발표한 소설로,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을 또한번 갱신한 작품들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두 세기 전에 유행했던 한편으론 촌스럽고 또 한편으론 신비로운 저 요란한 허세 속에 서사의 항구적 진실, 다시 말해 우리 길 잃은 작가들의 여원한 주제가 담겨 있지 않았던가”라고 언급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소설의 서술에 개입하면서 서사의 고민을 풀어내는 ‘개기일식’은 작가 자신이 새 스타일을 확립하기까지 거쳐온 시간을 형상화한다.

하지만 박형서 소설의 묘미는 상식을 초월하는 사건들에 현실성을 가미하는 설득력에 있다. ‘권태’에서 작가는 미국에서 발생한 불길의 진행 경로를 치밀하게 설정한다. 그러면서 불길이 캐나다까지는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를 펼쳐낸다.

작가는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지만 서사에 개연성을 부여해 실제 삶에서 구현이 가능할 정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실보다 정교하지만 활달한 상상력은 그의 소설이 지닌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동네·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