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많은 이들이 산과 들 그리고 해외로 피서를 떠난다. 그래도 휴가지로 바다만한 곳이 없다. 푸른 파도와 시퍼런 수평선을 보노라면 더위는 저만치 밀려난다.

물은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물, 공기, 흙, 불 네 가지 원소 가운데 물은 인간을 부드럽게 포용하고 끌어들인다. 인간은 허공을 날 수 없고 맨몸으로 흙 속으로 파고들 수도 없다. 더욱이 불속에 사는 전설의 동물 샐러맨더처럼 불을 뚫고 지나갈 수도 없다.

그러나 물은 어떤가. 푸른 액체는 기꺼이 우리를 받아들인다. 갓 태어난 아기는 물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휘젓는 동작을 한다. 우리 모두는 모체의 자궁에서 ‘헤엄치는’ 태아였다. 물이 생명의 근원을 넘어 생명 유지의 근간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수영을 하는 걸까?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수영을 이렇게 말한다. ‘자아가 통제하거나 감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일부분인 감정과 무의식, 성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사실 수영은 팔을 젓는 힘을 적용해 물을 이동시키는 역학 이상의 행동이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행복이라는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인류와 수영의 관계를 문화와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 나왔다.

현역 수영 코치이자 연구자인 에릭 샬린의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는 찰랑거리는 물살처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알라딘이 ‘이달의 역사책’으로 선정한 데서 보듯 책은 ‘헤엄치는 모험’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도시문명과 수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류의 문명은 강을 끼고 융성했는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유역, 중국 황하 같은 지역은 수영이 생존기술로 요구되는 곳이었다.

문명이 점차 발달하면서는 식량 외에 사치품이 거래됐다. 진주, 조개껍질, 산호 등 장신구로 가공되는 물품을 획득하기 위해 직업으로서의 수영이 등장했다.

로마 같은 해상제국의 등장으로 수영은 군인과 선원에게 필수 기술이 됐다. 취미로나 군사적으로나 수영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기에 이른다. 이후 넓은 세계를 탐험하는 대항해 시대에 이르면서 새로운 물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를 탐험한다.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거시적, 미시적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수중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분야였다. 그러다 18세기 공기호스로 수면과 연결된 잠수복이 발견되면서 얕은 해저를 걷게 된다. 이 기술은 19세기에 이르러 완성이 됐지만 물리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수영은 19세기 전반에 걸쳐 노동계층 소년과 남자에게 인기 있는 활동이었다. 그들은 미국 도시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호수와 강, 만에서 수영을 하고 빅토리아 시대 규범에 어긋나는 서민적이고 남성적인 수영 문화를 만들었다. 그들은 알몸으로 수영을 하고, 욕을 하고, 싸우고, 관리들을 피했다.”

저자는 20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스쿠버 기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1942년 아쿠아렁(잠수용 수중호흡기) 개발로 잠수부의 폭넓은 활동이 가능해졌다. ‘해저의 포로 상태’를 벗어난 인간이 물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취미 수영과 스포츠 수영이 폭발적으로 발전한다.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에는 여섯 번의 유인 우주선이 착륙하고 열두 명의 우주행사들이 달을 밟았다. 그러나 겨우 지하 10km밖에 되지 않는 마리아나 해구의 가장 깊은 곳에 간 사람은 네 명에 그친다.

저자는 호모 아쿠아티쿠스를 그려본다. 심해의 바다에서 수영이 인간의 이동 방식인 걷기를 대체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아무도 손대지 않은 광범위한 식량과 천연자원의 보고인 바다로 뒤덮여 있는 지구 표면의 71%를 개척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케이북·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