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2년 전,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을 처음 찾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메타세콰이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그곳은 유럽 어느 공원 못지않았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있자니 앞으로 ‘나만의 위안의 장소’로 삼아도 좋겠다 싶었다.

이후 취재를 위해 다시 교육원을 찾았을 땐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광주가톨릭대학교였던 교육원 본관 건물은 1962년 완공됐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담긴 지하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영화 제작자의 눈에 띄어 ‘인사동 스캔들’ 등이 촬영됐고 눈 밝은 예술가들도 이 공간을 탐냈다. 권승찬 작가는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며칠 전 인상 깊은 또 다른 ‘장소’를 ‘발견’했다. 교육원 바로 인접한 광주국군병원 옛터였다. 1962년 국군광주통합병원으로 문을 연 이곳은 지금은 폐허 상태다. 병원 본관 건물은 깨진 유리조각과 멋대로 자란 등나무 등으로 을씨년스러웠다. 병실 등 낡은 명패가 달린 공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복도 등을 보고 있자니 섬뜩하기도 했지만 이곳엔 정말 숱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곳으로 날 데려간 건 광주비엔날레 였다. 올해 ‘GB커미션’ 참여 작가들은 ‘광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장소로 이곳을 주목했다. 5·18 사적지인 이곳은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영국 작가 마이크 넬슨은 병원 바로 옆 ‘국광교회’에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병실 등에서 떼어낸 60여 개의 거울을 활용한 작품이다. 그는 ‘거울’을 통해 5·18과 그 이전의 역사를 바로 ‘그 공간’에서 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태국의 스타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도 병원 본관 강당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직접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아마도 올해 비엔날레에선 나처럼 국군광주병원에 난생 처음 발을 들이고 그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예술은 그런 것이다. 잊힌 공간에 생기를 부여하고, 사라져 가는 역사를 다시 복원해 내는 것. 올 광주비엔날레는 광주국군병원을 ‘발견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