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 지방 선거에서 구청장에 출마했던 대다수 지방 의원들은 여론 조사에 사용할 자신의 직함 문제로 머리를 싸맸다. 지방 의원 경력을 사용하면 지지율이 고작 한 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역 주민의 대표로 뽑혔던 지방 의원들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1991년 지방 의회 선거가 다시 시작된 이래 27년이 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긍정적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개원 초반부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광주시의회가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지난 9일 개원했지만, 의장단 선출도 하지 못한 채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광주시의회 23명의 의원 중 22명이 민주당 소속인데도 두 파로 나뉘어 자리싸움만 벌인 것이다.

특히 초선의원이 대부분인데도, 자리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지방의회도 실망감이 앞선다. 전남 시·군의장협의회는 재직 기념을 위해 100만 원 상당의 황금 열쇠를 제작했다가 뒤늦게 환불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방의원 의식 수준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자체를 견제하고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 주었는데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한심한 작태를 보였으니 유권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민주당 출신 당선자를 가리켜 ‘문돌이’로 부르는 농담이 나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덕분에 당선됐다는 뜻이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열풍을 업고 열린우리당이 압승하면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탄돌이’라고 불렀던 것을 빗댄 것이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는 광주·전남에 ‘녹색 돌풍’이 불었다. 그 결과 국민의당이 압승했는데 민주당에 대한 그동안의 실망감이 표심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2년 뒤 지방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압승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방의원들은 또다시 지역민은 안중에 없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일 경우 앞으로 더 아픈 회초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모르는 걸까. /최권일·정치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