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인 중용을 보면 “공자는 위로는 천시(天時)를 따르고 아래로는 수토(水土)를 좇았다”는 말이 나온다. ‘수토를 좇았다’는 것은 자연에 순응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주자는 “풍토(風土)를 따름으로 인(仁)을 돈독하게 한다”고 했다. 환경에 맞추는 것이 인성을 함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풍수에 관심이 많았다.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 물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세를 거처하기 좋은 곳으로 여겼다.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장을 역임한 최원석 박사는 ‘우리 풍수의 인문학’에서 한국 풍수의 특징을 ‘생활 풍수’로 규정한다. 그는 ‘좌청룡 우백호’ 같은 기록보다 마을 고유의 설화나 풍수와 관련된 자연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풍수는 문화 생태적 관점으로 확장된다. 문화 경관의 입지와 장소성 등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과 환경 관리와도 맞물려 있다. 이는 역사,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남아 있는 풍수의 흔적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준다. 풍수 담론이 오랫동안 우리의 전통과 일상에 투영돼 있었기에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민선 7기가 시작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시철도 2호선, 어등산 관광단지, 빛그린산단, 광주공항 이전 등은 오래된 숙원들이다. 이러한 문제가 원점에서 맴도는 것은 예산, 공론화, 지역 이기주의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민족의 창의적 실천의 정수’인 풍수를 지혜롭고 현실성 있게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향후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이라는 가치 아래 능동적으로 환경 조건을 개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적으로 풍수에 입각해 어떤 것을 결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좋은 풍수, 좋은 명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최원석 박사는 풍수는 “마음 명당은 맘먹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내 속에 틀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 선출된 공직자나 버거운 일상을 사는 우리들이 한 번쯤 새겨들을 만하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