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기내식을 맛보는 것이다. 보통 세 시간 이상을 비행하는 코스에는 기내식이 나오는데 대형 항공사는 무료로 제공한다. 운영 방식은 대한항공처럼 기내식 업체를 두고 직접 생산 배급하는 곳과 아시아나처럼 별도 업체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나뉜다. 직영이든 외주든 상관없이 출발지에서 조리해 싣는다는 점은 같다. 항공사마다 각국의 여러 기내식 업체와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세계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퓨전식 요리가 많다.

하지만 아직도 그 나라만의 음식 문화를 기내식에 담아내는 곳도 있다. 중동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이슬람 율법에 맞춘 할랄 재료로 요리한다. 율법에 금지된 돼지고기나 알코올 성분은 사용하지 않고 소와 닭 등 허용된 고기도 ‘신의 이름으로…’라고 기도한 후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한 것만 올린다. 할랄 재료로 만들어 레몬과 올리브를 곁들인 정통 아랍식 전체 요리가 특징이다.

홍콩에 기반을 둔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중국식 요리의 정석을 지킨 기내식을 제공한다. 중국식 겨자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요리와 홍콩식 커리 새우요리, 재스민 라이스와 중국식 간장 소스를 얹은 소고기 요리가 대표 메뉴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빔밥, 쌈밥, 한식 정찬을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저가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은 ‘치맥 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음식이더라도 기내에서 먹을 경우 맛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기내의 낮은 기압과 건조한 공기 때문이다. 낮은 기압이 단맛과 짠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탓에 기내식은 지상의 음식보다 더 달고 더 짜게 만든다. 도구에 따라서도 풍미가 달라진다. 유리잔이나 스트인리스 포크와 스푼을 쓰는 1등석 기내식이 플라스틱 잔과 포크로 먹는 비지니스석 기내식보다 맛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을 제때 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흘째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사장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룹 재건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조건을 내걸고 납품 업체를 바꾼 것이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라고 한다. 소탐대실이었을까.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