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들이 지게에 흙 한 포대씩 짊어지고 묘목을 한 그루씩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돌산에 나무를 심으니 첫 해에는 60~70%가 죽어 버렸고, 3년이 지나서야 나무들이 살아남기 시작했습니다.” 5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는 이는 숲 해설가다. 탐방객들은 그의 설명을 들으며 수많은 인부들이 강진군 칠량면 명주리 일대 헐벗은 돌산에 삽질과 괭이질로 흙을 부어 넣고 묘목을 심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린다.

당시 지천명(知天命)을 눈앞에 둔 한 사업가는 왜 벌거숭이 산야에 나무를 그토록 심고 가꾸려 했을까? 50년이 지난 현재, 그의 ‘임업입국’(林業立國) 의지는 거대한 돌산을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켰다. 그동안 일반에 공개를 하지 않아 ‘비밀의 숲’으로 불리는 초당림(草堂林) 이야기다.

올해 97세인 김기운 백제약품 명예회장은 1969년부터 척박한 강진 칠량면 골짜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조림지 면적은 290만4000평(960㏊)으로 여의도 면적의 세 배에 달한다. 개인이 소유한 인공림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초당림 숲속 힐링 체험 행사가 열렸다. 평소 가 볼 수 없는 ‘비밀의 숲’의 빗장이 열리는 좋은 기회여서 기자 역시 초당림을 찾았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오던 터라 숲속이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차를 버리고 편백나무가 도열한 진입로를 따라 들어간 초당림은 기대 이상이었다. 계곡을 끼고 설치된 목재 데크를 따라 연수원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은 하늘로 곧게 죽죽 뻗은 아름드리 편백나무와 삼나무, 백합나무, 테다(Teada) 소나무 숲이 반복됐다.

탐방로 길섶에 자라는 하늘말나리와 누른하늘말나리는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끊이지 않는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초록 숲속에서 번잡한 머릿속을 정화할 수 있었다. 100년 앞을 내다보며 후대를 위해 열정을 바친 한 독림가(篤林家) 덕분에 우리는 아껴 보존해야 할, 너무나 소중한 녹색 ‘힐링’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곳 초당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계곡물을 이용해 조성한 물놀이장이 그것인데,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7일까지 28일간 운영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