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2일 아침,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세 살배기 어린이 시신이 떠밀려 왔다. 시리아의 쿠르드계인 이 아이는 해변에 얼굴을 묻은 채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돼, 아이뿐만 아니라 형과 어머니도 모두 숨졌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인류에게 이주(移住)는 삶 그 자체다.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인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영토를 넓혀 갔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대를 떠나 미지의 땅으로 옮겨갔고 이후 유럽과 러시아, 중아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16년 발간된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조일준)는 ‘이주’를 키워드로 인간의 이동과 다양한 현장을 담아낸다. 여기에서 호모 미그란스(Homo Migrans)란 ‘이주하는 인간’이다. 저자는 “목숨의 위협을 피해 자원과 기회가 많고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무작정 법규와 물리력으로 막는 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의 수용 여부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범죄 우려라는 현실론과 인권 보호라는 가치론이 상존하는 가운데 조속한 난민 심사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예멘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내전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탈출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지 오래다. 헝가리에서는 난민을 도우면 징역에 처하는 법안까지 통과됐고, 이탈리아는 난민 구조선 입항을 거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자의 ‘부모-아동 격리’ 정책이 여론 반발로 철회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이주자의 후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흥남 부두를 떠나 거제로 향하는 선박 빅토리아호에 승선했던 피란민이었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과 파시즘을 피해 이탈리아를 떠났던 이민자의 아들이었다. 사실 난민은 우리들의 옛 모습이기도 하다. 예멘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