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영

KIA 타이거즈의 풀리지 않는 고민 중 하나는 ‘좌투수’다.

양현종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팀 좌완 기록을 가지고 있던 이는 신동수·김정수 투수 코치일 정도로 명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투수 영입 과정에서도 늘 좌완에 초점을 맞췄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불펜의 좌완 고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심동섭만 꾸준하게 불펜에서 역할을 해왔을 뿐 좌완은 KIA의 큰 고민이다.

1999년생 고졸 루키가 팀의 오랜 고민 해결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처럼 KIA 엔트리에 좌완이 풍성하다. 양현종과 팻딘 두 선발을 제외하고 임기준과 함께 두 고졸 루키 김유신·하준영까지 세 명의 좌완이 마운드에 포진했다.

임기준이 최근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무게를 잡아주고 있고, 김유신과 하준영이 패기로 어필을 하고 있다.

‘좌투좌타’인 김유신과 하준영은 각각 세광고와 성남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고졸 루키다.

데뷔는 김유신이 먼저 했다. 5월 1일 롯데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한 김유신은 세 경기에서 3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5월 9일 두산전에서 0.1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가 다음 기회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지난 17일 선발 한승혁이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김유신이 1군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준영은 KIA 신인 투수 중 유일하게 오키나와 캠프를 경험했었다.

대만 2군 캠프에서 프로 첫 시즌을 준비했던 하준영은 좋은 모습을 보이며 1군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었다. 이후 퓨처스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하준영은 지난 15일 마침내 1군에 콜업됐다.

김유신은 5㎏ 정도 감량을 하고 돌아왔다. ‘스피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김유신은 “1군을 경험하고 스피드 생각을 했다. 구속을 늘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회전 운동도 많이 했고, 빠른 회전을 위해서 몸무게도 줄였다. 스피드가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또 “처음 1군 왔을 때는 앞만 보였다. 전체적인 경기와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는데 2군에서 선발로 많이 던지면서 여유가 생겼다”며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도 배웠다. 처음보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언급했다.

하준영은 지난 16일 LG원정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2로 맞선 5회 2사 1루에서 나온 하준영은 ‘투구수 0’의 승리투수라는 진기한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하준영은 공하나 던지지 않고 견제사로 1루 주자 오지환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종료시켰다. 이어 6회초 KIA가 안치홍의 솔로포로 3-2를 만들면서 하준영의 승리 요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하준영이 6회말에도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팀은 3-4 끝내기 패를 당했다.

긴박했던 순간, 관중석도 매진 사례를 이루면서 하준영에게는 잊지 못할 데뷔전이 됐다.

하준영은 “관중들이 많은 데서 던지려다 보니까 긴장됐다. 못 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처음 올라갔는데 포수가 안 보였다(웃음). 잠실 구장의 뷰가 넓어서 당황했었다”며 처음 1군 마운드에 섰던 순간을 돌아봤다.

또 “첫 이닝을 견제사로 넘기고 나서 몸이 붕 뜬 느낌이었다. 주말 두 경기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다. 특히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가 아쉬웠다”며 “유신이랑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다. 둘이 씩씩하게 역할을 하고 싶다. 신인 선수인 만큼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