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을 함께 만들겠다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스텝이 막판에 약간 꼬인 듯하다. 그들이 하려는 모든 것이 ‘국내 최초’인데, 당연히 그런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예 판이 깨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시민들도 상당수였을 것이다.

소비 도시 광주에서 일자리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지역을 떠났고, 대기업 공장이 몇 개 없으니 하청업체나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그 어느 지역보다 두드러졌다. 임시·계약직이라도 들어가려는 이들은 몰려드는데, 대기업 정규직은 채용 비리와 세습 채용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공정하게 얻고자 하는 지역민의 바람은 ‘광주형 일자리’라는 다소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미 기득권이 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도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단념하던 차에 현대차가 의향을 비쳤다.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에 고민하며 해외 진출만 검토하던 글로벌 기업이 광주를 찾은 것이다.

둘 다 목표가 분명하고 이유 역시 모두가 아는 바다. 문제는 협상 결렬을 바라는 주변 세력이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정도인 것 같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2011)에서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협상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이며, 힘으로 강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상대의 입장을 알고 최상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협상의 백미일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6개국 재상을 지낸 소진(蘇秦)은 유세를 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는데, 그 마지막 과목이 췌마였다. 췌마란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해 거기에 맞춘다는 뜻이다.

췌마를 비롯해 유세술을 익히면서 소진은 추자고(錐刺股,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른다는 의미)와 두현량(頭懸樑,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달았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를 남겼다. 광주시와 현대차 협상팀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추자고·두현량의 자세로 광주, 그리고 일자리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