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토끼들 이름을 다 지었으니 동물 친구들 만나러 나가볼까요!”

지난 4일 낮 12시께 광주시 북구 일곡동에 자리잡은 선우학교.

고교 1-1반 농업생명과목 수업을 담당하는 외래강사 원점순 소장(치유농업연구소 동물매개심리상담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의 얼굴이 달처럼 밝아졌다. ‘선우학교 학교깡총 동물매개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교실 수업이 끝나고 야외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학생 5명과 함께 1층 야외로 나가보니 토끼사육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는 3평(10㎡) 남짓, 나무로 만든 토끼 보금자리였다. 문을 열고 원 소장이 앞장서 들어가니 유희, 승지양, 성준, 영준(이상 가명)군이 졸졸졸 따라 들어갔다. 그러곤 곧바로 “와”하고 즐거운 비명이 쏟아진다. 태어난지 3개월된 새끼 토끼를 마주한 탓이다. 한 눈에 봐도 수업 참여를 열심히하던 승지가 먼저 토끼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가슴에 안고 쓰다듬더니 가만히 말을 건넨다.

“토끼야 잘 지냈니. 네 이름은 앞으로 ‘퐁당’이야! 내가 너 주려고 이름표를 만들어왔어”

동물치유 전문가인 원 소장과 승지가 스스럼없이 토끼들을 안고 쓰다듬는 것을 본 다른 친구들도 앞다퉈 토끼를 만지겠다고 나서자 사육장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저마다 토끼를 품에 안거나 쓰다듬던 아이들은 바로 전 교실에서 30여분간 온 신경을 집중해 만들어 온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느라 바빴다.







“토끼야 네 이름은 ‘달님’이야, 알았지?”, “넌 앞으로 예삐야, 예삐”, “네 이름은 구름이고 너는 별, 그리고 너는 수니야. 알았지”

사육장에서 토끼와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김금희 영양사가 눈을 가볍게 흘긴다. “교실 수업 시간과는 완전 딴판이다. 너희들~ 완전 신났어!”

불과 5분 전 교실에서 토끼 이름을 지을때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나가던 학생,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지 않고 괴성만 지르던 학생, 이름표를 만드는데 손도 까딱하지 않던 학생이 있었는데, 토끼와 만나더니 웃고 떠들며 적극적으로 변한 아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학생들은 지적장애나 청각장애 등을 갖고 있거나 더러는 지적장애와 청각장애 등을 동시에 지닌 중복장애를 겪고 있다.

학교 측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광주시 지원으로 진행하는 동물매개교육 프로그램 공모에 올초 광주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공모사업을 신청하고 동물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금희 영양사는 “아이들이 또래와 다르게 더디게 자라고 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토끼만 만나면 활짝 웃고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니 만족, 또 만족”이라며 활짝 웃었다.

학생들은 동물매개교육 전공자인 원 소장 지도 아래 매주 2시간씩, 1년간 토끼를 활용한 동물매개 수업을 받는다. 지난달 28일 새끼 토끼를 분양받아 입학식을 치렀고 이날이 두번째 수업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깡총노래 만들기, 깡총이네 집 예쁘게 꾸며주기, 깡총이 먹이주며 교감하기, 깡총이 간식 만들기, 깡총이에게 비밀 털어놓기, 깡총이 분변으로 텃밭 퇴비 만들기, 깡총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생 등에 대해 배운다.

원 소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 토끼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생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도 기르고 속 마음을 표현하는 능력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공립으로 문을 연 선우학교에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지적장애나 청각장애 또는 두가지 이상의 장애를 안고 있는 227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