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7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예고된 변화’임에도 현장에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노동자들과 기업·고용주 간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현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스업계 노선 감축 불가피…자칫 파업 우려도=19일 고용노동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목포·여수·순천·광양 자동차노조와 버스회사 간 조정회의가 20일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다.

이들 4개지역 자동차노조는 최근 사측과의 임금·근무형태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20일 조정위원회에서 노사간 임금·근무형태에 대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마지막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버스업계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한 조정 가능성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당장, 목포의 경우 버스노조측은 근무형태와 관련, 현재 격일제를 1일 2교대로 바꿔 ‘주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월급 감소분 보전을 포함한 임금인상안(43.44% 인상·22일 근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월급 감소는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불가피하며 2016년 17억, 2017년 16억 적자를 본 만큼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순천·광양도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임금 36%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버스업계 노사가 합의, 오는 7월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른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목포에서만 40여명의 버스 기사가 부족해 버스 21대를 감축, 운행해야 해 시민 불편이 예고되고 있다.

목포시는 이미 ‘7월 1일부터 시내버스 노선 운행 감축(21대) 계획’을 마련하고 버스업계 합의안과 연계, 검토중이다.

순천도 탄력근무제를 적용할 경우에도 20~30명의 버스기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버스 10대 감축에 따른 운행 횟수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여수도 부족한 50명의 기사를 메꿀 수 없어 20대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부족…휴게시간 어떻게 보장하나=어린이집 원장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1시간 의무 휴식 보장’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체할 보조교사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별도 휴게공간도 없어 실효성 논란 등 혼선이 불가피해서다.

전남도도 최근 22개 시·군 30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교사 휴게시간 시범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의 경우 대체 가용인력이 부족해 제도 시행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는 실태조사를 거쳐 어린이집 규모가 큰 곳도 정상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 사이에서는 “휴게시간 보장은 긍정적이지만 영아반에는 적합하지 않고 대체인력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복지부가 전남에 350여명의 보조교사를 투입하는 등 전국에 6000명의 보조교사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1241개소의 어린이집이 전남에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제도 정착을 위한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들 업계 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인력 충원과 인건비 대책을 마련하는데 매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지을 기자 dok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