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산림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하는 산림 국민의식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조사에서 45.7%를 기록한 이래 2006년 조사에서는 66.1%, 2015년 조사에서도 62.3%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소나무를 선호하는 까닭은 뭘까? ‘소나무 박사’로 불리는 전영우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의 명품 소나무’라는 책에서 이렇게 분석한다. “…산업 사회에서는 이렇게 미미한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소나무를 왜 우리들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소나무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문화 코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DNA 속에는 소나무에 대한 상징 코드가 분명하게 각인돼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현재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외래 해충인 솔잎혹파리로 인해 소나무 숲이 피해를 입고 있는 데다 기후 온난화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내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를 나무로 비유하면 ‘소나무 문화’라고 한다. 농경 사회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로 금줄을 치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생활하다, 죽어서는 소나무 관에 들어가 소나무 숲에 묻혔다. 산업화 사회인 지금도 소나무가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최근 소나무는 남북 간 대화 창구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10년6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가 남측 수석대표에게 한 장의 소나무 사진을 보여 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심은 소나무였다. 2007년에 이어 올해 남북 정상들이 기념식수한 나무도 소나무였다. 피에 새겨진 ‘소나무 DNA’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달 말까지 남북 간 체육회담과 적십자회담, 산림 협력 분과회의 등이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처럼 남북관계 역시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