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만일 이순신 장군이 혁명을 일으켰다면 과연 성공하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순신은 혁명의 성공과 함께 조선은 멸망했고, 새로운 이순신의 나라가 세워졌을 거라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 두 가지가 있다. 무력과 민심을 가진 군인이었다. 두 가지 모두 선조에게는 없거나 그를 압도하는 덕목이었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이 시작되자마자 도망 다니기에 바빴던 당시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이순신을 항상 두려워하여 어떻게든 죽이려 하였다.

이순신이 연전연승을 거두자 그가 명나라로부터 벼슬을 받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순신 본인도 들었다. 문제는 사실 여부가 아니다. 그 소문을 선조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군인 이순신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계급장을 떼이고,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계급도 없이 전투에 투입되고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가 겪은 정신적 수모와 육체적 고통은 끔찍하다.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전쟁의 신이라 추앙하였으며 그 또한 인간이었다. 왜 항명을 하지 않았을까. 나라는 어지럽고 민심도 군사도 그의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만일 이순신이 혁명을 일으키고 명나라가 이순신을 도와줘서 성공했다고 하면, 낭떠러지에 몰린 조선 왕 선조와 조정 대신들이 뜻밖에도 일본과 손을 잡고 비밀 협약을 했다면 과연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순신은 너무나도 치밀한 사람이기 때문에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정확히 알았던 것이 아닐까? 이순신은 충성된 군인이었다. ‘사직의 위엄과 영험에 힘입어 겨우 조그만 공로를 세웠는데 임금의 총애와 영광이 너무 커서 분에 넘친다.’(난중일기 1595년 5월 29일)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상관을 불법 연행 체포하는 하극상의 쿠테타, 진실을 밝히고 사죄를 하기보다는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무리들, 감추는 자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 사이에 38년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조선 14대 국왕 선조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읍 현감 이순신을 7계급 특진시켜 전라좌수사로 임명한 지도자였다. 판단이 빠르고 각료들과 함께 전쟁 상황을 토론하는 전술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기적이었다.

이순신은 지극히 민주주의적인 지도자였다. 그는 철저했던 관료주의 조직 하에서도 장병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수용했다. 경상도로 가는 첫 출진 때에는 진해루에서 군사 토론을 거쳐 전쟁터로 나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케함으로써 민주 제도인 토론을 활성화시켰다.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모든 부하의 두뇌를 집중시켰다. 통제사로 한산도에 진을 치고 있을 때도 운주당을 항상 열어놓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장병들의 유익한 의견을 두루 수용했던 것이다. 오늘날 워크숍을 이미 그는 그때 활용하고 있었다.

조선 해군총사령관이 전쟁 최전방에서 파면됐다. 이순신은 거의 죽을 만큼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 끝에 복직 명령을 받았다. 조선 조정은 너무 미안했는지 수군을 포기하고 육군에 들어가 적과 싸우라고 했다. 이때 이순신은 천하의 명언을 남긴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비록 전선이야 적지만 신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적이 감히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여러분 여러분들은 조국이 여러분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여러분들이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 보십시오’로 끝나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이순신 장군은 케네디보다 무려 400년 앞서 조국이 그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도 않았고, 그가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몸소 실천으로 옮겼던 것이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잡히는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충무공의 모습, 그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