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가 24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에서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 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핵시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 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런 설명에 비춰 보면 일단 폭약을 사용해 모든 갱도를 무너뜨리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 시설을 철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인근에 머물던 인력도 전원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핵실험장 건물 일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는 등 북한의 사전 준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핵시설 불능화 합의(10·3합의)에 따른 조치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시설인 냉각탑을 폭파한 바 있다. 당시 북한 핵개발의 상징인 냉각탑이 회색 연기로 둘러싸이며 순식간에 붕괴하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현재 풍계리에는 모두 4개의 갱도가 있으며, 1차 핵실험에 사용하고 오염으로 폐쇄된 1번 갱도와 2∼6차 핵실험에 사용한 2번 갱도를 제외하고 3번과 4번 갱도는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핵실험장 폐기행사에선 3, 4번 갱도의 완전한 폐기 여부가 주목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4개 갱도에 폭약을 삽입한 뒤 기폭시켜 내려 앉힐 것으로 예상한다”며 “1, 2번 갱도는 입구만 폭파하면 되고 3, 4번은 사용하지 않았으니 내부까지 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로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3, 4번 갱도를 어느 정도로 폭파할지가 관건”이라며 “전망대가 3번 갱도 위쪽에 설치돼 있는데 (전망대에 닿을) 영향을 고려하면 대량으로 폭파하기는 조금 애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구소련 일원이었던 카자흐스탄도 1990년대 ‘세미팔라틴스크’ 핵무기 실험장을 폐쇄할 당시 실험장으로 쓰기위해 파 놓은 터널들을 폭약을 사용해 폭파했다.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 의해 총 181개 터널이 폐쇄됐고, 13개의 시추공들이 파괴된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은 지금은 카자흐 국립원자력센터의 관할 하에 민간 교육 활동 등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때 폭발 방식과 함께 콘크리트 타설을 활용한 핵실험장 폐기 방식도 거론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