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광주지역에서는 ‘아직은 멀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는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회사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지만 평일 여가시간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워라밸 확산에 따른 자괴감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24일 (재)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7대 특별·광역시(세종시 제외)의 일·생활 균형 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본 결과 광주지역 상용근로자는 지난해 한 달 평균 172.2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66.3시간)에 비해선 5.9시간, 대전(168.7시간)보다는 3.5시간 근무시간이 많았다.

여기에 초과근로 시간도 10.2시간으로 파악돼 서울(5.2시간)보다 무려 5시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휴가를 활용하는 사람은 10명 중 6∼7명꼴에 불과했다. 2016년 기준 광주지역 휴가 활용률은 66.3%로 서울(75.1%)에 비해 8.8%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제 사용한 휴가 일수는 평균 5.2일에 불과해 대전(4.2일) 다음으로 가장 짧은 것은 물론, 전국 평균(5.9일)보다도 적었다.

특히, 광주지역 근로자들의 평일 여가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워라밸’ 확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6년 광주지역 평일 평균 여가시간은 2.9시간으로 2년 전인 2014년 4.1시간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전국 평균(3.1시간)보다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일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63.9%에서 44.0%로 감소, 대구(39.8%)에 이어 최하위 수준을 보이면서 전국 평균(56.5%)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맞벌이’가 가계 경제활동에 필수가 됐음에도 퇴근 후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현저히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는 타지역과 달리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해야한다는 인식조차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2016년 기준 광주지역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55분으로 남성 46분에 비해 4배 수준을 웃돌았다. 퇴근 후에도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2시간 넘게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또 가사분담에 대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라는 응답비율은 51.8%로 전국 평균인 53.5%보다 낮아 가사분담에 대한 인식변화도 시급했다.

광주지역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2.7%로 대전(2.1%)에 이어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고, 전국 평균(7.0%)보다 4.3%포인트 적었다. 초등돌봄교실 이용률도 6.8%로 역시 전국 평균(8.85%)에 미치질 못했다. 맞벌이 가정이 느끼는 양육부담에 대한 부담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가정생활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일을 우선으로 한다’는 응답은 47.1%로 나타났는데, 이는 부산지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들 모두 일생활 균형에 따른 문화확산과 의식함양을 위한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웅기자 pboxer@